지난 보름 가까운 기간 동안 계속 비가 왔다. 여름철 가뭄으로 고생한 강릉에도 많이 왔다고 한다. 강릉은 이렇게 내린 비로 가뭄이 해소되었다. 재난 상황도 해제되었다고 한다. 다행이다.
생각해 보니 올여름은 유난히 무더위가 강하고 길었다. 그래서 예전보다 늦게 가을이 왔다. 하지만 안 올 것 같았던 가을도 결국 왔다. 날씨가 자연에 승복했다. 달력이 기후를 이긴 셈이다.
그런데 가을과 함께 온 흐린고 젖은 날씨가 문제다. 사실 비가 오지 않았으면 가을이 오지 않았을 것 같다. 어쩌다 맑은 날씨가 되면 무더위도 같이 왔다. 애국가 3절에도 나오는 ‘높고 구름 없다’는 가을이지만 9월 전반기는 무더위로 여름이 계속 되다가 후반기는 계속 비가 내리거나 흐린 날씨였다. 그런데 비가 많이 오니 가을의 기분이 나지 않는다.
비는 가을과 별로 친하지 않는 날씨다. 9월의 날씨가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면 가을이라고 볼 수 없다. 여름에 무더위로 쉬었던 일을 만회하기 위해 활동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초기 생장기에 수분을 공급하는 봄비와는 다르다.
우리나라 가을은 맑은 날씨가 특징이다. 오곡백과 풍성한 들판을 보며 풍년을 기대하는 노래도 많았다. 농사를 많이 짖지 않는 요즘에도 가을은 맑은 날씨가 중요하다. 야외활동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행이라도 가려고 하면 비가 오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맑은 하늘을 볼 수 없으니 가을 같지가 않다. 올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작년에는 가을장마라는 말도 있었다. 이제 애국가 3절 가사가 맞지 않게 된 것 같다. 요즘 전반적인 날씨 패턴이 예전 같지 않다.
추석이 되었다. 추석을 보낸 후 바로 겨울 준비를 하게 된다. 그런데 올해는 추석이 늦게 왔는데 연휴도 길어져서 추석 이후 남은 가을기간이 짧아졌다. 기후변화로 여름과 겨울은 길어지고 봄가을은 짧아지는 추세와 맞물려 일을 할 가을이 짧아지니 바쁘게 되었다.
가을은 짧아지더라도 할 일은 많다. 1년 동안 열심히 일한 농부는 추수를 하게 된다. 일반 기업들도 연말결산과 내연도 사업계획을 수립 한다.
특히 많은 축제가 가을에 열린다. 최근 축제는 지역 기반 문화 산업으로 인식되어 경제적 가치, 놀이 문화의 관점에서 중요해졌다.
축제는 주로 야외에서 열리기 때문에 맑은 날씨가 중요하다. 그러나 축제가 열리는 날에 비가 오게 되면 흥겨운 잔치가 될지 모르겠다. 이날만 보고 준비한 사람들은 힘이 빠질 수 있다. 계속 날씨가 이렇게 되면 이제 축제의 계절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가을은 인생의 결산기에 해당할 수 있다. 요즘 날씨를 보며 아직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인생의 결실을 준비하는 개인의 처지와 닮은 듯하다. 최근 퇴직자들은 코로나, 경제침체 등으로 제대로 노후를 준비할 시간이 짧았다. 여기에는 만혼으로 인한 저출산과 조기퇴직 같은 구조적인 문제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도 퇴직에 따른 노후준비, 인생 2모작 등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만만찮다. 부지런히 발로 뛰지만 사회변화가 더 빨라서 잘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것이 많아 고령자들은 익숙하게 배우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의 화재로 공공 전산 서비스가 제대로 지원이 안 되니 차질이 예상된다.
그래도 준비는 해야 한다. 비록 비가 온다고 해도 가을은 가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