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차에 휘발유를 넣으러 단골 주유소에 갔다가 익숙하지 않는 숫자를 보았다. 무연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600원대 후반인 것이다. 대구는 기름 값이 싼 곳이라서 그동안 1500원대 후반에 휘발유를 넣어 왔다. 그러던 휘발유 가격이 1600원대 후반이라니 조금 당황했다.
숫자에 크게 민감하지는 않지만 익숙한 가격보다 100원 가까이 올랐는데 모를 수는 없는 것이다. 최근 차를 몰지 않고 대중교통만 이용하면서 2주 이상 주유소에 가지 않았는데 그새 많이 올랐다.
사실 기름 값이 갑자기 이렇게 오르지는 않았을 것이고 서서히 올랐기 때문에 매일 주유소에 갔다면 크게 느낌이 없었겠지만 한동안 안 가다가 갔으니 차이가 느껴진다.
뉴스를 보니 국내 유가가 3주 연속으로 올라서 평균 1700원대를 돌파했다고 한다.
비록 나는 비싸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대구의 기름 값이 여전히 다른 지역보다 싼 것만은 알 수 있다.
사실 그동안 다른 물가도 모두 올랐다. 직장인의 점심 값이 부담이 된다든가 장바구니 물가가 많이 올라서 시장에 가기 두렵다는 등의 뉴스를 많이 보아왔다. 기사를 보니 최근에 주택담보대출 이자도 2년만에 6%대로 올랐다고 한다. 기름 값만 오르지는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유류는 전량 외국에서 수입을 하기 때문에 국제정세나 환율 등에 가격이 영향을 받는다. 물론 외국에서 국내에 오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원유를 정제하는 시간이 있기에 시차가 있다. 그래서 국제유가가 국내 기름 값에 바로 반영이 안 된다. 세금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원가보다 세금의 비중이 더 큰 경우도 있다.
지역에 따라서도 다르다. 올해 초 서울의 앞구정 동에 차를 몰고 갔다가 서울시내 주유소의 기름 값이 너무 비싸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고급휘발유 가격이 2,200원 정도로 표시되어 있어 진짜 기름 값이 맞는지 다시 확인을 했을 정도다. 대구에서 싼값에 기름을 넣다가 이런 가격을 보니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금싸라기 땅값인 지역인데 이런 곳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려면 마진을 많이 남겨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이후에 여행을 가기 전에 항상 기름이 싼 대구에서 기름을 가득 채워 가곤 했다.
물건에 대한 체감물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뉴스는 아파트 값이 오르내리는 것을 자세하게 보도한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아파트를 구입했고 당분간 팔 것도 아니다 보니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내리든 감각이 없다. 가스비나 전기요금도 별로 느낌이 오지 않는다. 그냥 자동이체로 납부하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명품 가방이나 비싼 옷도 나와는 상관없는 상류층의 전유물이기 때문에 괜히 가격을 들으면 위축될 것 같아서 아예 관심을 갖지도 않는다.
그러나 기름 값이 오르데 관심이 가는 이유는 어쨌든 생활하는데 필수품이고 똑 같은 상품을 주기적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전후 가격이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유소마다 정확한 가격이 표시가 되기 때문에 숫자에 크게 민감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알게 되는 것이다.
일반인이 가장 민감한 것은 아무래도 식대일 것이다. 밥값이 오르면 당장 주머니 사정이 영향을 받는다. 매일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장인들이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추세가 늘었다고 한다.
식당에서도 식재료 등 원가가 올라서 어쩔 수 없이 식대를 올려야 한다. 그러면 손님이 줄어들어 식당도 타격을 받게 된다. 퇴직 후 2모작으로 식당이라도 차리겠다고 생각하는 직장인들로서도 반갑지 않는 소식이다.
기름값이 언제까지나 이렇게 오르기만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오르내림을 반복하므로 다시 조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예전처럼 저렴한 가격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어쨌든 요즘 이런 저런 물가에 민감해지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곧 퇴직하게 되면 수입이 줄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