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웅 법무부장관이 11일 박근혜 대통령 '비선 최순실'의 재산에 대해 "수사결과에 따라 불법재산이거나 부패범죄로 취득한 재산이면 관련법에 따라 몰수나 환수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실제 몰수 가능한 재산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최순실 일가의 재산은 알려진 것만 3,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최순실씨가 보유한 강남 빌딩을 비롯해 딸 정유라씨와 공동 소유한 평창 땅, 정씨 명의의 독일 주택 등 부동산 자산만 해도 200억원이 넘는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최씨 소유의 삼성동 수백억원대 건물, 도곡동 수십억대 빌라에다 언니 동생 조카 등의 재산까지 합하면 최순실 일가 보유 재산은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 될 수 있다.
현행법상 재산몰수의 경우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또는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 등에 의해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필요적 몰수 의무를 규정한 범죄는 마약류나 뇌물, 배임죄 등이다.
최씨에게 적용된 직권남용의 경우 필요적 몰수대상범죄는 아니고, 검사가 별도로 몰수를 신청해서 법원에서 판결을 내려야 한다. 부패재산몰수법 역시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저지른 죄, 횡령·배임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적용이 까다롭다.
보다 핵심은 국민 정서가 최순실 일가의 전재산 몰수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최순실 일가의 재산은 아버지 최태민씨가 박근혜 당시 영애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드러나기 시작한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을 비롯해 정유라씨에 대한 삼성의 불법지원 의혹 등에 얽힌 부당이득을 제외하고도 이미 40년 전부터 지금의 거대 자본 축적을 위한 '시드머니(종자돈)'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드머니'를 토대로 증식된 재산 전부에 대해 몰수를 추진할 경우, 40여년에 걸친 재산증식 과정을 송두리째 규명해야 한다는 벽에 부딪친다. 특히 재산증식 과정에서 불법 여부를 모르고 거래한 제3자들의 재산관계는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최순실 일가가 불법으로 취득한 부동산 등을 전후사정을 모르고 취득한 제3자의 경우, 몰수가 추진될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추징금 집행시효를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2013년 시행된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역시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의 토지를 구입했다가 압류 처분을 받은 박모씨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 받아들여져 현재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언니 최순득씨의 경우 최순실·정유라 모녀와는 별개로 금전관계에 관한 구체적 의혹이 드러나지 않은 점도 재산 몰수에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순득씨는 외교행낭을 통해 베트남·캄보디아로 재산을 상당수 빼돌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확실한 법적 근거가 없으면 재산추적을 통한 실제 몰수 작업에 착수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야당 일각에선 특별법 도입을 제안하고 나선 상황이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특별법에서 국정농단을 통해 얻은 범죄수익 또는 공익·교육재단 등을 통해 취득한 재산 등을 몰수하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 역시 위헌 논란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일단 수범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소급 적용하지 못하도록 한 법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국정농단 행위의 개념이 불명확하거나, '비선 최순실' 사건을 위해 급조될 경우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이후 법적용 과정에서 또다른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출신인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는 이와 관련 "공소시효를 없애고 소급적용이 가능하도록 특별법을 만든다고 하면 우리 법체계를 구성하는 법원칙에 대해 상당한 예외를 인정하는 셈"이라며 "법질서 전반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 변호사는 이어 "최태민씨로부터 범죄행위가 이어져 재산증식이 이뤄졌다고 해도 상당한 기간이 흐른 후여서 추적과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과정이 복잡할 뿐더러, 그 과정에서 무고한 선의의 제3자들의 엄청난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며 "여기가 법체계와 국민들의 감정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결국 최순실 일가의 전재산 몰수보다는 미르 의혹, 삼성 등의 특혜 지원 등 최근 불거진 의혹들에 관한 재산이라도 확실하게 몰수하는 데 초점을 두고 검찰이 몰수 근거가 되는 뇌물죄 등의 유죄 입증에 최대한 주력하는 게 최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검찰은 일단 최순실씨에게 뇌물죄 대신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구속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