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항 지역경제는 철강 산업의 장기침체에 뜻하지 않은 포항지진 피해의 고통까지 더해져 전례 없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에 지역사회의 각고의 노력으로 포항지진특별법이 제정되고 국책사업을 유치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공동체 회복을 위한 여건이 마련되는가 싶었지만, 이제는 코로나19라는 사상초유의 팬데믹이 발생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급격하게 커지고 포항의 지역경제도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포항이 어떤 도시인가. 지난 반세기동안 작은 어촌 마을에서 세계적인 철강도시로 눈부시게 성장하고 대한민국 경제를 선도했던 진취적인 도시 아닌가. 지금까지 숫한 역경을 극복해왔듯이 오늘의 어려움도 포항시민의 도전정신으로 극복해 낼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의 위기는 새로운 도전과 도약의 기회가 돼 더욱 단단하고 튼튼한 포항의 미래를 열어줄 것이다. 그런데 미래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얼마나 준비하고 각오를 다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제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한 포항의 미래 청사진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플랫폼 시티 포항’을 만들어가야 한다. 포항은 포스텍을 비롯한 우수한 교육‧연구기관과 포스코라는 굴지의 대기업이 입지한 도시인만큼 한국판 ‘실리콘 밸리’로의 잠재력이 풍부하다. 지난 2019년 잇따라 유치한 3대 국가전략특구인 ‘강소형 연구개발특구’, ‘배터리 규제자유특구’, ‘영일만관광특구’ 등을 신속히 추진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존의 산‧학‧연 자원과 연계하면 4차 산업혁명시대의 신성장동력 확보는 물론 창업과 기업유치, 관광활성화 등 산업구조 다변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포항을 철(Steel), 과학(Science) 그리고 바다(Sea)를 기반으로 한 ‘S플랫폼 시티 포항’으로 만들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새로운 산업구조의 혁신 생태계를 성장모델로 구축해야 한다.
둘째, ‘환동해 중심도시 포항’을 만들어가야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약 10여년 후에는 북극항로가 상용화돼 새로운 해상 교역로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동해바다가 북극항로의 길목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은 포항발전에 절호의 기회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유럽까지 운항거리는 기존 대서양항로 대비 약 40%, 운항 일수는 10일 단축된다고 한다. 특히 러시아 북극지역에서 천연가스 등 자원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북극항로의 국제적 이용확대와 물동량 증가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2018년 영일신항만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연결하는 정기항로와 필리핀 마닐라를 연결하는 정기항로가 개통됐다. 포항이 가진 지정학적 요충지로서의 이점을 살려 항로를 다변화하고 기항지를 증대해 영일신항만을 적도지역과 북극지역을 연결하는 거점항만으로 육성해 환동해 북방물류를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동해안 고속도로와 동해선 철도를 조기에 완공해 시베리아대륙과 연결하면 원산-나진을 지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모스크바, 베를린, 파리까지 국경과 국경을 넘어 포항의 경제영토를 확장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녹색도시 포항’을 만들어가야 한다. 포항은 도시의 성장과정에서 외곽지 팽창 위주의 무분별한 도시확장으로 인한 도심공동화 현상과 인구유출 가속화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의 발생과 도시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쇠퇴한 구도심의 도심기능 복원이 시급하다. 중앙동의 청년창업허브공간과 문화예술 플랫폼, 포항구항 일원의 ICT기반 해양산업 플랫폼, 흥해읍 특별재난형 도시재생사업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침체된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또한, 학산천, 양학천 등 도심하천과 동해바다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녹색수변도시로 도시 생태계를 조성해 지속가능한 도시성장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주거와 일자리, 산업과 환경, 사회통합, 도시경쟁력 회복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공동체적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에서 포항은 수많은 위기와 변화에 앞장서 대한민국을 이끌어온 경험이 있다. 코로나19라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큰 공포가 밀려오지만 포항은 이를 극복하고 다시 한 번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갈 것이라 확신한다. 포항이 걸어온 지난 역사와 잠재력을 기반으로 52만 시민이 함께 ‘플랫폼 시티 포항’, ‘환동해 중심도시 포항’, ‘녹색도시 포항’을 만들어 간다면 포항은 희망찬 청사진을 그려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