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안배·도덕성 고려 책임총리 수행여부 주목
▲ 국무총리 내정자로 임명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기자회견 전 취재진을 살피고 있다. © 운영자
朴대통령, 문 총리 후보자 인선 배경은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충청 출신인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내정한 것은 지역안배와 국가개조를 위한 강한 추진력,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국가개혁 적임자(개혁성)’와 ‘국민들께서 요구하고 있는 분(도덕성)’을 총리 인선 기준으로 제시한 박 대통령은 그동안 고심을 거듭해 왔다.
그 결과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가 사퇴한지 14일, 정홍원 현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지 45일만에 후임자 인선을 매듭지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고심을 거듭한 것은‘국민검사’라 불리던 안 전 후보자마저 전관예우 논란으로 낙마하면서 무엇보다 현미경 검증과 인사청문회에 대한 부담으로 인물 선택에 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안 전 후보자의 사퇴 과정을 지켜본 다른 후보들이 청와대의 제의를 고사하거나 인사검증 문턱을 넘지 못한 인물들도 다수였다는 얘기도 들린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총리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면서“오래 기다리셨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공직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본인의 철학과 소신, 능력보다는 개인적인 부분에 너무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서 가족들의 반대 등 여러 어려움이 많아 인선에 시간이 걸렸다”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당초 청와대 안팎에서는 법조인과 정치인 등 여러 인물들이 거론됐지만 결국엔 언론인 출신이‘깜짝’발탁되면서 하마평은 완전 빗나갔다.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 장대환 매일경제 회장이 총리에 지명됐지만 국회 비준을 받지 못해 서리에 그쳤고 언론사 경영인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문 후보자는 사실상 최초의 기자 출신 총리 내정자인 셈이다.
박 대통령이 기자 출신인 문 후보자를 발탁한 것은 관피아(관료+마피아)' 청산 등에 있어 법조인이나 정치인, 관료 출신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해관계가 적은 만큼 국가개조를 보다 강력히 추진해 나갈 수 있으리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민 대변인도“강직한 언론인 출신으로 냉철한 비판의식과 합리적 대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 온 분”이라며“뛰어난 통찰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공직개혁과 비정상의 정상화 등의 국정과제를 제대로 추진해 나갈 분”이라고 인선배경을 설명했다. 비록 국정경험은 부족하지만 30여년간 기자로 활동하며 정무적 감각을 갖췄고 언론과 대국민 소통에도 익숙하다는 점도 평가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 후보자가 충북 청주 출신이라는 점에서 지역안배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이 경남 함안 출신인 안 전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고, 새누리당은 부산이 고향인 정의화 의원을 차기 국회의장으로 선출하면서 5부 요인 중 4명이 PK(부산·경남) 출신으로 채워지자 지역편중 논란이 거세게 불거졌던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6·4 지방선거에서 박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충청권 광역자지단체장을 모조리 야당에 내주면서 충청 출신 총리로 민심을 달래야 한다는 요구가 여권 내에서 강하게 대두되자 이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임 총리는 세월호 사고로 분열된 국론을 통합할 수 있어야 하고 관피아 척결, 국가 안전 시스템 개조, 공직사회 혁신 등 국가개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만큼 앞으로 남은 관심은 문 후보자가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여부에 모아진다. 그러나 문 후보자가 주필과 대기자 시절 보수적 색채가 짙게 묻어나는 칼럼을 다수 써왔다는 점에서 야당의 반발 등 적잖은 논란도 예상된다.문 후보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칼럼을 통해“죽음이 모든 것을 덮는다고 하지만 그의 죽음은 자연인과 공인의 성격으로 나눠 판단해야 한다. 자연인으로서 가슴 아프고 안타깝지만 공인으로서 그의 행동은 적절치 못했다. 그 점이 그의 장례 절차나 사후 문제에도 반영돼야 했다”며 국민장을 반대한 바 있다.
그는 또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자금 조성 및 재산 해외도피 의혹을 제기했고 김 전 대통령 서거 직후에는“비자금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해 안타깝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이날 문 후보자에 대해“복지확대 반대, 햇볕정책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 등 그간의 언론 활동을 반추해보면 극단적 보수성향으로 국민화합, 국민통합이라는 시대정신과 부합하지 않는다”라며“국민 속에서 소통하고 변화하라는 국민적 요구와는 정반대로 간 인사”라고 비판했다. ---------------------------------------------------------------------- 문창극“朴대통령과 함께 나라 기본 세우겠다” 문창극(66) 국무총리 내정자는 10일“박근혜 대통령과 안전한 대한민국, 행복한 대한민국, 나라의 기본을 다시 만드는 일을 위해 한 몸을 바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 내정자는 이날 오후 청와대의 총리 내정자 지명 직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IBK커뮤니케이션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가 지금 처한 상황은 매우 어렵고 엄중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문 내정자는“평생 언론인 생활을 마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여생을 보내려고 했다”며“나는 능력도 부족하고 지혜도 모자라고 국정 경험도 없는 정말 부족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나라로부터 이런 부름을 받아 기쁘기보다 오히려 마음이 무겁다”며“2년 동안 나라를 위해 한 몸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계획과 관련해“나는 총리가 아니라 총리 후보자에 불과하다”며“아직 남은 청문회 절차가 있다. 국회에서 남은 절차가 끝날 때까지 겸손하게 마음의 준비를 하며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문 내정자는 언제 차기 총리직을 제안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어제 밤에 연락을 받았는데 (연락을 한 인물은) 박 대통령이나 김기춘 비서실장이 아니고 청와대 관계자였다”고 말했다.
이어“오늘 오후 총리실 관계자를 만날 것 같다”며“교수직에 대해서는 서울대 총장과 협의 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인을 차기 총리로 지명한 배경과 야당 논평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는“모르겠다”고 짧게 답한 뒤 자리를 떠났다. 서울 최태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