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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김찬곤교수의 세상톺아보기]추산(推算)..
사회

[김찬곤교수의 세상톺아보기]추산(推算)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9/08 16:53 수정 2015.09.08 16:53

▲    김찬곤(경북과학대학 교수)
  일상생활에서 통계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인이 미래를 설계하는 것도, 국가가 근본적인 나라정책을 수립하기는 것도 나름대로의 통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따라서 통계는 정확해야 하며, 만약 이것이 잘못된 것일 경우 큰 혼란을 초래한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정확하게 이를 정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란 데서 가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어떤 집회참가자 수를 발표할 때, 정확한 계산이 불가능한 까닭에 대개 추정하는데, 이게 바로 ‘추산(推算)’이다. 그래서 하나의 집회를 두고 이쪽에서 발표하는 숫자와 저쪽에서 발표하는 숫자가 다르기도 하는데 이는 대부분 ‘추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발표된 어떤 뉴스에 의하면, 전국 곳곳의 대형 지자체 사업들이 심각한 오류를 겪고 있다고 하였다. 바로 ‘추산’이 현실과 동떨어지기 때문이다. 공사 시작 전 ‘추산’은 이러했는데 막상 완공 후 현실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그런 맥락이었다. 몇 년 전에는 우리나라 장래 인구를 ‘추산’하는 통계발표에서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노동자를 반영하지 않아 곤란을 겪기도 했다.
2006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통계청은 ‘국제이동을 통한 인구변화’라는 ‘추산’에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계속하여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 발단이었다. 2004년부터 외국인 고용 허가제가 시행되고 외국인과의 결혼이 급격히 증가하였는데도 그것을 통계에서 제외시킨 것도 그랬다. 이 때문에 실제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와는 1년에만 10만 명가량이나 차이가 났다고 한다.
장부에 기록된 수보다 실제 거주자가 턱없이 많다보니 여기저기서 예상하지 못한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졌던 것이다. 그때 통계청은 2050년까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수는 계속하여 감소할 것으로 발표하였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 그 추산대로라면 2050년에는 많게는 500만 명의 차이가 생기는 셈인데, 이는 ‘추산’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 수가 500만 명이나 많게 되어 사회적 혼란을 잠재시키는 셈이 된다.
 소방서의 ‘추산’에 대한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공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나 공장건물 및 원료 등을 태워 소방서추산 7천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3층 건물에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 불로 1층과 2층을 모두 태워 소방서 추산 1천 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냈다.” “단독주택에서 불이 나 안에서 자고 있던 이모(40)씨가 숨진 채 발견됐고, 불은 가전제품 등 내부를 모두 태워 소방서 추산 1천700여 만 원의 재산피해를 낸 뒤 1시간 만에 꺼졌다.” “박 모 씨의 양돈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양돈장 6개동 가운데 1개동이 불에 타 돼지 600마리가 연기에 질식해 숨져 수방서 추산 6천 만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는 보도 등에서, 바로 화재로 인한 피해 금액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아무리 생각해도 ‘소방서 추산’이 현실과는 괴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소방서 추산’은 보험금이나 세금 감면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감가상각을 고려한 절대피해액이므로 통계용으로만 활용한다는 규정이 있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통계 선진국인 우리나라의 화재 피해규모 산정에는 불신이 팽배하고 있음을 걱정하는 이들이 적잖다.
3천만 원의 인테리어 비용을 들인 35평형 아파트에 가스누출로 화재가 발생하여 전소된 사례에서는 1,000만 원 정도로, 7억 원 이상의 피해가 났다고 공장주는 주장하지만 7천만 원의 피해액으로, 3층 건물 화재로 수억 원의 피해가 났다지만 1천만 원으로 발표된 점은 소방서의 ‘추산’이 분명히 문제 있어 보이는 대목이라는 전문가의 주장이다.   
  물론 ‘추산’이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과 지나치게 괴리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해야 옳다. 올바른 ‘추산’은 미래의 비능률을 개선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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