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계열 정당인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으로 큰 수렁에 빠졌지만, 반전의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대선에서 패배했다. 그 결과 당 지지율은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보수의 텃밭이 돌아선 부분이며, 더 놀라운 것은 하락세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날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24.3%를 기록했다.
반면,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56.2%로, 양당의 격차는 2배 이상인 31.9%p(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전 지역, 전 연령대에서 민주당에 압도당했다.
보수의 텃밭인 TK(대구·경북)에서 민주 52.3% vs 국힘 31.8%, PK(부산·울산·경남)에선 민주 50.4% vs 국힘 31.8%로, 국민의힘이 역전을 당했다.
핵심 지지층인 60대(민주 56.3% vs 국힘 27.2%), 70세 이상(민주 52.6% vs 국힘 27.9%)에서도 국민의힘에게 등을 돌렸다.
지지세가 높은 보수층에서도 절반에 못 미치는 46.6%로 하락했고, 캐스팅 보트인 중도층에선 민주 56.8% vs 국힘 23.6%로, 2배 이상 격차를 보였다..
노동계층인 판매/생산/노무/서비스직(민주 61.4% vs 국힘 18.2%)과 자영업(민주 63.1% vs 국힘 25.8%)에서도 국민의힘에게 등을 돌렸다.
이 같은 추세는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같았다. 이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9%로 추락했고, 같은 시기에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것은 2020년 11월 이후 약 5년 만이다. 당시 21대 총선 이후 참패 후유증과 리더십 부재로 방황하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월평균 18~24%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이 조사에서도 핵심 지지층은 이탈했다.
TK에서 민주 34% vs 국힘 27%, PK에선 민주 36% vs 국힘 27%로, 두 곳 모두 민주당에 선두를 내줬다.
60대의 경우 22%로, 직전 조사대비 10%p 떨어졌다.
그나마 70대는 33%로, 직전 조사와 수치는 같았지만, 민주당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면서 그 격차는 좁혀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여론조사 전문가는 "그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영남당'조차도 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감지되는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은 아무리 큰 수렁이라도 우여곡절 끝에 반전의 출구를 찾곤 했다 하지만 TK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의 첫 마디는 "우리는 망했다고 봐야 한다"였다.
A 의원은 한 언론사의 언터뷰에서 "지역에 가보면 그냥 우리 자체를 꼴 보기 싫어하는 게 느껴진다"라며 "지지율은 분명 더 떨어질 거고 더 떨어져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실제로 영남 유권자들은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국민의힘에게 회초리 더 들어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정치권에 일각에서는 “계엄 선포 자체가 상당수의 국민에겐 워낙 충격적이었고, 국민의힘은 아무것도 몰랐다고 하지만, 애초부터 한 몸처럼 엮여 있던 관계이다 보니, 계엄 선포와 그 이후 정국에서의 완전한 결백 주장이 먹혀들기 어렵다”고 관측했다.
이어 “내란 특검의 수사가 진척될수록 당의 전열이 더욱 분열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한, 윤석열 정부에서 권세를 누렸던 ‘윤핵관’ ‘찐윤’ ‘언더친윤’의 행태도 당 지지율 하락의 큰 축이다.
이 거물들은 지난 대선 당시 한밤의 후보 교체 파문 등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여전히 기세등등하다. 이들은 당직자 완장을 차고 언론에 등장해 중도층의 눈쌀을 찌푸리게한다.
대선후보로 나섰던 패장도, 당정 갈등 자중지란을 초래한 핵심 인물도, 상식 밖 행동으로 국민들의 손가락질을 받은 중진들도 8월 전당대회 대표 출마를 검토 중이다.
더 나아가 친윤들이 생명 연장의 대리인을 찾고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전직 당직자는 “윤 전 대통령의 과오와 단절하자는 혁신위원장의 지극히 당연한 제안까지 먹혀들지 않는 현실이 지금의 국민의힘이다”라고 한탄했다.
정치권에서도 혁신 방향도 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야당을 겨냥한 특검의 수사까지 이어지면서 지지율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명지대학교 신율 교수는 "특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즉 11월에서 12월까지는 지지율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며 "인적 청산 없는 혁신은 혁신도 아니고 지지율 상승효과를 낼 수도 없다"고 진단했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