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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70년전 빚 갚습니다" 어느 학자의 ..
사회

"70년전 빚 갚습니다" 어느 학자의 양심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9/10 20:46 수정 2015.09.10 20:46
13살때 여관비 없어 부득이 도망친 일 평생 못잊어

 청송 진보면 사무소에 여관비 현금 50만원 보내와
 70년 전 여관비를 내지않고 도망친 일을 평생 가슴에 새겼다가 끝내 되갚은 노(老)학자의 사연이 알려져 주위를 감동케 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청송군 진보면사무소에 한 통의 등기우편이 도착했다. 봉투 안에는 편지 한 장과 현금 50만원이 들어있었다.
편지를 보낸 주인공은 영양 출신으로 서울의 한 대학교 교수를 지내다 퇴임한 근현대사 학계의 저명학자였다.
그가 전한 사연은 서울 양정중학교 1학년으로 13세였던 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어린 시절 일찍 고향 영양을 떠난 그는 서울 유학을 하던 중 1945년 해방을 맞아 고향인 영양 주실마을을 찾아가던 길이었다.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 고향집을 눈앞에 두고 피치못할 사정으로 진보면의 한 여관에 묵게 됐고, 여관비가 없어 전전긍긍하다 주인의 눈을 피해 도망을 쳐버렸던 것이다.
마음의 빚을 평생 지니고 있던 노학자는 뒤늦게 여관비를 갚고 주인에게 사죄하려 수소문했지만 여관이 없어졌고 주인도 찾을 길이 없자 진보면사무소에 편지를 보냈다.
그는 "서울의 유명호텔 1일 숙박료가 50만원인 점을 감안해 50만원을 동봉했다"며 "진보면의 숙박업소를 위해 써달라"고 당부했다.
청송군은 당초 이 돈으로 숙박업소에 물품을 지원하려했지만 고심 끝에 '양심거울'을 제작해 지역 숙박업소에 기증, 각박한 세태를 치유하는 미담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권영상 진보면장은 "70년 전의 일을 반성해서 편지와 기탁금을 보내온 그 분의 마음과 인간성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며 "각박한 시대에 여러모로 큰 귀감이 되는 감동적인 사례"라고 말했다.윤효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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