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내가 피우는 담뱃갑이잖아?" "지금 착용한 넥타이가 몰카(몰래카메라)라고요?" "와~ 렌즈가 여기 숨어있었네"
지난 9일 경찰청 기자실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넘쳤다. 경찰이 압수한 몰카들을 살펴보던 중이었다.
적발된 몰카는 안경, 자동차 리모컨 키, 넥타이, 담뱃갑, 휴대용저장매체(USB), 옷걸이, 노트북, 휴대폰 보조배터리 등 다양했다. 대부분 생활용품의 형태를 띠고 있어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구분하기 어려웠다.
경찰은 이달 1일부터 불법 몰카 집중단속을 벌였다. 총 24종 1397개를 적발했고 이중 206개 제품은 압수했다.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인원들의 혐의는 다름 아닌 '전파법 위반'이었다.
몰카라 하더라도 전파 적합성 평가만 받으면 모두 합법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몰카의 제조 및 유통을 제재할 법안은 전파법이 유일하다는 게 경찰의 공식답변이다.
전파법은 전파의 효율성·안전성 검사 위주로 이루어졌다.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변형 형태의 카메라에 대한 세부적인 규제는 없는 상태다.
몰카도 처음에는 범죄를 막거나 비위 현장을 고발하겠다는 목표로 개발됐을 터.
최근에는 그릇된 관음증을 채워주는 수단 중 하나로 변질됐다.
몰카 구입도 아주 쉽다. 국내 주요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초소형 카메라', '몰래카메라'로 검색하면 수백 개의 판매 사이트와 마주할 수 있다.
아울러 경찰청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발생한 몰카 범죄는 6623건이다. 5년 전인 2010년 1134건에 비해 6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규제나 처벌은 미미한 수준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단순 촬영에 그치지 않고 촬영물을 인터넷 등을 통해 유포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 해당 촬영물을 인터넷 등에서 내려받는 사람은 처벌받지 않는게 현실이다.
최근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워터파크 몰카 사건' 이후 국민들의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몰카 유통을 제재할 법안은 제약적이다. 실제 몰카 범죄에 대한 규제, 처벌도 미미하다.
몰카 범죄는 늘고 있지만 법적, 행정적, 기술적 대책은 전무하다. 안일한 대응 속에 누군가는 무분별하게 제작되고 유포되는 몰카 영상에 상처받는 악순환은 되풀이 되고 있다.
경찰뿐만 아니라 미래창조과학부, 관세청 등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몰카에 대한 규제 방안과 관련 범죄 시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등을 마련하는 종합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