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對 색깔' 감정대결 양상만
여야의 국정교과서 대치 정국이 결국 '막말' 대 '색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은 북한 지령설까지 주장하며 이른바 '색깔 공세'를 이어갔고, 야당은 '막말 공세'로 강하게 되받았다.
정치가 실종된채 여야가 서로 감정대결을 펼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예산 국회는 교과서 대치 상황 속에서 예결특위와 교문위 등 곳곳에서 파행을 빚고 있다.
특히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9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역사교과서 발행체제의 개선방안을 백지상태에서 논의하는 새로운 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으나 여당은 "정치적 노림수에 불과하다"고 거절하면서 정국파행사태는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격돌은 다음주 교과서 '확정 고시'를 앞두고 최절정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與 "北지령설 수사해야", "野 주장, 北과 같은 논리"
새누리당은 이날 북한이 국내 시민단체 등에게 국정교과서 반대 투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일부 보도내용을 기정사실화 하며 공안당국의 수사를 촉구했다.
친박계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북한 지령설'을 언급한 뒤, "사법당국은 이 문제를 조사해야 한다"며 "이런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도 가려내야 한다"고 공안당국의 수사를 촉구했다.
이어 "사실이라면 어느 친북단체가 이런 지령을 내렸고 이 지령을 받은 단체와 개인은 누구이며 역사교과서가 불거진 이후 이 단체들과 개인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사법당국의 적극적인 수사가 있어야한다"고 남한 내 북한 동조세력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를 요구했다.
'신친박' 원유철 원내대표도 "종북 세력에게 반정부 투쟁선동 지령문을 보낸 건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전형적인 통일전선전술"이라며 "북의 남남갈등 전술에 가장 도움을 주는 건 다름 아닌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라며 야당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 역시 "어제 보도에 나온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투쟁을 선동하는 북한 지령문이 사실이라면 충격적"이라며 "북한이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는데 야당이 장외투쟁을 한다면 이는 국민 의혹을 더 키울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새누리당 주류 친박계의 '색깔 공세'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 이정현 의원도 제기, 예결위 회의가 파행을 빚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황교안 총리 "北지령설, 진위 파악되면 조치할 것"
여당은 예결특위에서도 북한 지령설을 따졌다.
이에대해 황교안 국무총리는 "그런 보도가 있어 지금 진상을 파악 중"이라면서 "(북한 지령설이) 확인되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그들이 생각하기에는 현행 교과서가 유지되는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아닌가 싶다"고 힘을 실었다.
한기호 의원은 "북한의 한반도 통일 전략은 적화전략이고, 그러니 선동하는 것 아닌가"라며 "왜 북한에서 50회에 걸쳐 선동, 비난하는데 우리 정부는 가만있나. 성명이라도 내야 하는거 아닌가"라고 북한 지령설에 정부 차원에서 대응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野 "교과서 정상화 아닌 '두뇌 정상화'부터 해야"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의 공세에 "실성했나"라는 거친 언사로 되받았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일부 의원들은 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기 전에 '두뇌 정상화'를 하는 것이 정말 시급해 보인다"며 "그렇다면 여당 출신인 정의화 국회의장, 여당의 유승민 정두언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공안당국에 신고해 포상금이라도 받으려는 것인가"라고 여당 친박계를 힐난했다.
안민석 의원은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적화통일 세력 운운하는 발언을 했는데 야당 뿐만 아니라 다수의 역사전공자, 교사, 국민들, 전문가들을 향한 표현"이라며 "이런 인식이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 내부의 기본적 이데올로기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정화TF'에 대한 공세도 이어졌다.
이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이 지난 25일 밤 서울 혜화동 '국정화TF'를 방문했을 당시 TF의 경찰신고 녹취록이 공개된 것에 대해 "자신의 신분, 하는 일을 밝히지 않고 장소도 틀리게 말했다"며 "정상적인 공무원TF의 모습이 아니었고, 은밀하게 활동하고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다 들킨 모습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석현 국회 부의장도 '국정화TF'의 경찰 신고 녹취록과 관련, "정부여당은 비밀작업팀 존재에 대해서 사실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의장은 특히 "정부와 청와대 안보라인이 거짓말, 무능으로 국민신뢰를 크게 잃고 있다"며 "한일정상회담에 앞서 유사시 자위대가 북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미리 통보받고도 쉬쉬한 한민구 국장장관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박근혜 정권은 매번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가 들키면 비밀이 아니었다고 거짓말하느냐"며 "비밀TF의 업무 자체가 비밀 아니면 취급할 수 없는 교원·학부모·시민사회 동향파악, 기고·섭외 등등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교과서 사회적 기구 만들자", 김무성 "집필진 참여하면 돼" 거부
이런가운데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교과서 발행체계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설치하자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안했으나 새누리당은 "정치적 노림수에 불과하다"며 거부했다.
문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부여당이 현행 검인정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역사교과서 발행체제의 개선방안을 백지상태에서 논의하는 새로운 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그리 된다면 우리 당도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운동을 잠시 접고 사회적 논의기구 결론이 나올 때까지 경제 민생 살리기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달라"며 "지금처럼 경제와 민생을 외면하고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것인지, 역사교과서 문제는 사회적 논의기구에 맡기고 경제와 민생에 전념할 것인지 결단해야 한다"고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즉각 문 대표의 제안을 일축했다.
경주를 방문하고 있던 김 대표는 "역사교과서 발행체제 개선방안을 백지상태에서 논의하는 새 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집필진이 참여하면 그게 사회적 기구"라고 일축했다.
김 대표는 오히려 "문 대표가 사회적기구 구성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는 것은 곧 현행 역사교과서가 잘못됬다고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교과서 문제를 정치의 한복판으로 끌고와 정쟁을 지속시키겠다는 정치적 노림수에 불과하다"고 문 대표의 제안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