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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정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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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정취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4/12/01 16:04 수정 2024.12.01 16:04
안 병 국
포항시의회 의원

늦가을의 도시는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노란색 물감을 입힌 듯한 은행나무 잎들이 도시 전체의 도로를 채색한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은행잎은 공중에서 헛날리며 떨어진다. 거리는 금빛 카펫으로 변한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끝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풍경도 다 지나가버렸다.
며칠 사이에 차가운 바람이 불더니, 도로는 다시 회색빛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제 가로수에는 앙상한 가지들만 남아 겨울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서울과 경기, 그리고 경북 북부 지방에는 첫눈 소식이 들려왔다.
첫눈은 언제나 설레는 법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눈이 내려 일상에는 불편함을 가져왔다. 항공편이 지연되었다. 기차는 운행을 멈추었다. 택배는 배송이 지연되었다. 농촌 비닐하우스는 내려 앉았다.자연의 변화는 이렇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설렘과 함께 불편함을 동반하는 것이다., 그것이 계절의 이치일지도 모른다.
가을은 흔히 결실의 계절이라 불린다. 봄과 여름 동안 심고 가꾸었던 것들이 열매를 맺는다. 우리는 그 결실을 거두며 만족을 느낀다.
하지만 늦가을은 결실을 거둔 뒤의 허전함을 느끼는 시기다.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며, 지나간 계절의 흔적을 정리해야 한다. 비어 있는 들판은 끝난 수확의 기쁨과 함께 허무함을 안겨 준다. 그리고 우리는 이 허무함 속에서 새로운 계절을 준비해야 한다.
늦가을은 자연스럽게 인생을 떠올리게 한다. 봄과 여름처럼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한 시점, 수확의 계절을 지나 이제는 돌아보며 정리해야 하는 시기이다. 만족스러운 결실을 얻은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모두 늦가을이라는 계절 앞에서는 겸허해진다. 남아 있는 시간은 길지 않고, 겨울은 곧 들이닥칠 것이다. 그 겨울도 언젠가 지나고 다시 봄이 올 것임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은행나무 잎이 떨어지는 모습은 어쩌면 삶의 이치를 닮았다. 모든 것이 절정에 이른 후에는 반드시 쇠퇴와 끝이 찾아온다.
그 끝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일 뿐이다.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찾아오고, 새 잎이 돋아나듯 우리의 삶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순환한다. 늦가을의 정취는 우리에게 떠남과 새로움을 동시에 가르쳐 준다. 한쪽에서는 낙엽이 흩날리며 지난 계절을 마무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게 한다.
사람들은 가을을 좋아한다. 그 이유는 단순히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다. 가을은 우리에게 삶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봄과 여름처럼 분주하고 치열한 시간을 지낸다. 가을은 잠시 멈춰서 우리의 삶을 성찰할 기회를 준다.
늦가을의 끝자락에서는 시간의 흐름과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게 된다. 지나간 계절을 떠나보내는 아쉬움과 함께, 앞으로 다가올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이제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찬 바람이 분다. 거리는 한층 더 쓸쓸해졌다. 하지만 늦가을의 정취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겨 준다. 지난 계절의 흔적, 다가올 계절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한다. 낙엽이 사라진 빈 가지를 보며, 우리는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그렇게 또 한 계절이 지나간다.
낙엽이 떨어지는 늦가을이 끝은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떠나가는 것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다시 돌아올 것을 기다리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그러니 우리는 늦가을을 마음 깊이 간직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삶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첫걸음이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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