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억원대 투자 사기'…피해자 200여명 법원 찾아 분통
"원금 보장. 매월 2.5%의 투자수익금"
이 달콤한 말에 속아 돈을 맡겼던 이들이 제주도 등 전국 각지에서 법원으로 모였다. 법정에 들어선 이들은 피땀 흘려 모은 돈을 뺏어간 피의자들에게 울분의 눈길을, 재판부에는 호소의 눈빛을 보냈다.
2772명의 투자금을 모아 1300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인 유사수신업체 이숨투자자문 경영진의 첫 재판에 비춰진 모습들이다.
법정 방청석 30석은 일찌감치 다 찼고 법정 앞쪽까지 방청객들이 빼곡히 섰다. 법정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은 법정 밖에서 재판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200여명의 투자 피해자들 중 많게는 한 사람이 20억까지 잃은 경우도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동아) 심리로 18일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숨투자자문 안모(31) 대표, 송모(39) 실질 대표, 최모(39) 이숨투자자문 마케팅 본부장이 초록 수의를 입고 섰다.
몇몇 방청객들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푹 숙인 피고인들을 노려보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양복을 입고 바닥에 주저앉아 재판부의 말을 받아적고 있는 남성도 있었다.
재판부가 "방청객들 모두 투자 피해자인가"라고 묻자 방청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동시에 큰 목소리로 "네"라고 외쳤다.
재판부는 이어 "매번 재판 때마다 이렇게 많이 오면 다른 재판 진행이 불편해질 수 있다"고 양해를 구하자 한 방청객은 "더 많은 피해자들이 오려고 했다"고 억울한 듯 중얼거렸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에게 "상당 부분 법정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닌 수사기관에서 해야할 부분이 있는 사건"이라며 "그렇지만 필요한 것이 있어 신청하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아직 입장을 정리한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변호인은 "자료를 다 보지 못했다"며 "유사수신행위 관련 사항을 살펴봐야하고 피고인들 역할이나 각자 주도한 부분 등을 정리해야 한다. 피고인 간 진술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 3일 구속기소한 조모(27) 이숨투자자문 부대표와 이숨투자자문 투자금 관리 업체 한모(25) 대표에 대한 재판도 병합해 진행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첫 재판이 15분만에 끝나자 곳곳에서 "벌써 끝났나" "이런 게 어딨나" "기차까지 타고 왔는데" 등의 말이 터져나왔다.
이준호 피해자 대표는 "피해자들 모두 망연자실한 상태"라며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바라는 것은 재판부가 이들을 엄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숨투자자문 경영진 안 대표 등은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투자자 2772명으로부터 1380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불법으로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투자금을 맡기면 그 돈을 해외 선물에 투자해 3개월 후에 원금을 보장하고, 매월 약 2.5%의 투자수익금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들을 속였다.
이들은 투자금 대부분을 선순위 투자자들에게 원금 또는 투자수익금 형식으로 송금하며 이른바 '돌려막기' 형식으로 회사를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12월8일 오전 10시30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