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에 소량만 노출돼도 태아의 갑상선 호르몬이 교란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은 환경호르몬의 일종이다. 갑상선 호르몬은 아기의 지능·신경발달·성장 등 아이의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25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전날 '환경호르몬 대체물질 개발사업단' 주최 간담회에서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최경호 교수는 국내 신생아 104명의 제대혈(탯줄 혈액)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최 교수는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의 종류에 따라 노출 수준이 상위 25% 안에 포함된 신생아의 갑상선자극호르몬(TSH) 분비량이 하위 25% 안에 드는 신생아에 비해 17∼30% 높았다"며 "이는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에 많이 노출될수록 신생아의 갑상선호르몬의 분비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3년 발표에서도 저농도의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이 임산부의 갑상선호르몬 교란과 상관성이 있음이 확인됐다"며 "산모와 태아는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을 비롯한 각종 환경호르몬의 노출에 가장 민감한 시기다"고 강조했다. 태아 시기나 영유아기에 일어난 갑상선호르몬 등 내분비계 교란은 아이의 성장·발달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학술지 'Plos One' 5월호에 소개됐다.
최 교수는 또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에 소량(저농도) 노출된 산모의 모유에서 식욕을 낮추는 호르몬인 렙틴은 감소하고 지방을 축적시키는 아디포넥틴은 증가하는 양상이 관찰됐다고 보고했다.
그는 "아디포카인은 지방 대사와 에너지 항상성(恒常性)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이므로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노출이 어린이 발달과 연관될 수 있음을 시사 하는 결과다"고 설명했다.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은 일단 체내에 들어오면 배출시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생활 속에서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의 노출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최 교수는 5가지를 제안했다.
▲손을 잘 씻는다. 먼지를 통해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이 입으로 들어갈 수 있어서다 ▲집안 먼지를 잘 청소한다. 진공청소기와 물걸레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전자제품·가구·가전제품을 너무 자주 교체하지 않는다 ▲과(過)불화화합물이 코팅된 조리 기구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 ▲생선 기름 등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의 함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의 섭취를 자제한다. 식품 중에선 유제품·고기에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균형 잡힌 식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