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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60만명 수용 우주 정착지, 배명훈 SF '첫숨'..
사회

60만명 수용 우주 정착지, 배명훈 SF '첫숨'

운영자 기자 입력 2015/12/08 14:44 수정 2015.12.08 14:44
 
  
작가 배명훈(37)은 한국형 SF 소설에 꾸준히 천착해왔다. 데뷔 10년차인 올해 열번째 책으로 펴낸 '첫숨'은 그런 노력의 결과물 중 하나다.
천천히 뼈대를 만들어왔다. 계간 '창작과 비평' 2010년 겨울호에 실린 단편 '예술과 중력가속도'에 나오는 달 출신 무용수, 2012년 12월에 나온 단편선 '헬로, 미스터 디킨스'(이음)에 실린 '타이베이 디스크'에 등장하는 스페이스 콜로니(인간들이 거주할 수 있는 대형 인공위성)가 '첫숨'의 단초였다.
올해 6월부터 11월 초까지 총 43회에 걸쳐 문학과지성사 블로그에 연재한 것을 묶었다. 달과 화성의 삶이 가능해지고 많은 스페이스 콜로니들이 우주에 떠 있는 시기, 인구 6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 우주 정착지 '첫숨'에서 비밀 무기 추격 사건이 벌어진다.
최근 영화로도 옮겨져 화제가 된 앤디 위어의 SF '마션' 같은, 지적이면서 낭만적인 소설은 아니다.
회전축과의 거리에 따라 중력이 달라지는 공간인 '첫숨'은 계급사회를 압축한 듯하다. 고층 건물의 경우 층수에 따라 중력이 달라진다. 이 원리에 따라 장소의 용도도 변경된다.
대부분의 저중력 공간은 산업시설이나 실험실로 사용된다. 일부는 화성이나 달 출신 사람들의 거주 구역으로도 사용된다. 첫숨에서는 이 물리적인 중력 차이가 계층별 문화·관습·정서 등의 차이로 드러나는 사회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특히 '걸음걸이' 습관으로 구체화된다.
돈을 주고 명품 또는 명작 예술품은 살 수 있다. 취향과 안목은 그러나 불가능하다. 오래오래 습득해야 한다. 상류계층으로 진짜 진입하려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문화적인 교양이 쌓여야 한다.
첫숨의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 화성인들의 문화권력을 형성하는 것은 바로 중력이다. 특히 걸음걸이는 화성계 사람들을 다른 행성 출신들과 구분 짓고, 그들의 문화를 모방하기 힘든 것으로 유지하게 한다.
지구에서 내부조사관으로 활동하다 거대 비자금을 폭로했으나 배후의 거대 세력의 모함으로 쫓겨나듯 첫숨으로 망명한 최신학, 달에서 무용수로 활약하다가 달 기지 철수 계획으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한묵희. 이들은 첫숨의 맞은편에 위치한 원통 맞숨에서 비밀리에 만들어지고 있는 무기를 확인하기 위해, 공연장에 무언가를 설치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고민한다. 제안자는 행성간 중재원의 변호사 나모린. 과거 어려움을 겪던 화성에 마지막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해온 민간 자본의 중심 나모윤의 손녀다.
한국인 이름의 주인공들은 좀더 넓은 범위의 '지구인적 공동체'로서 사건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이를 통해 SF적으로 똘똘 뭉쳐가고 있는 권력 체제에서 휴머니즘적인 연대의 가치를 고민한다. 427쪽, 1만3000원,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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