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취임 일성으로 '반(反)정부 투쟁'을 선언했던 장동혁 대표가 8일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게 되면서 회동에서 내놓을 메시지 내용과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겠다는 기본 기조를 토대로 제1야당으로 야성(野性)을 보이면서 성과도 만들어야 책무가 있어서다. 또 당내에서 '대통령 좋은 일만 시켜줬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7일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지도부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회동 의제와 발언 수위 등을 점검했다.
국민의힘은 장 대표가 이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함께하는 오찬 회동에 이어 이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까지 예정된 만큼 충분한 발언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장 대표는 민주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 문제점과 현안을 일일이 열거하며, 여권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주문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민생을 위한 협치를 위해 여당의 '내란 정당' 공세부터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 대표는 회동에서 국민의힘을 겨냥한 특검 수사와 민주당의 수사 기간·범위·인력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법 개정 추진을 강하게 비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 대표는 또 이 대통령에게 민주당이 특검을 통해 '야당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며 특검에 힘을 실어주는 특검법 개정 추진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당내에서는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특검법안을 주도해서 처리할 경우, 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까지 촉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역시 야당 탄압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 장 대표의 인식이다.
특검 기소 후 진행될 국민의힘 관련 재판에서 유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민주당이 별도의 재판부를 설치하려 한다는 판단에서다. 장 대표는 또 민주당이 오는 25일 본회의 처리를 예고한 검찰청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방송통신위원회를 해체하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등에 대한 속도 조절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장 대표는 지난 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가 특검법이나 특별재판부 설치 같은 법 때문에 교착상태에 막혀있는데,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은 대통령"이라며 "대화와 협치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것은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의 이 같은 발언으로 봐서 ‘여야정 국정협의체’ 구성을 거론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협의체가 구성될 경우 야당의 입장이 제도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가 회동에서 이 대통령의 역할론을 부각키로 한 것은 민주당을 제어할 수 있는 다른 브레이크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동시에 이면에는 대여 투쟁의 동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만약에 이 대통령이 입법 속도 조절을 여당에 주문하지 않을 경우, 장 대표는 협치를 위해 이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거절당했다는 프레임을 통해 대여 투쟁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명분을 갖게된다. 이 경우 오찬 뒤 '빈손 회동'에 대한 당내 비판도 이 대통령 책임으로 돌릴 수 있다.
장 대표는 최선을 다했으나 이 대통령이 거부했다는 논리인 셈이다. 더 나아가 장 대표가 회동서 여당의 입법 강행 저지라는 성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이 대통령 앞에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1대 1로 만나면서 야권 지도자로서의 정치적 입지와 대여 투쟁을 이끌 당내 리더십을 강화했다는 평가도 나올 수 있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