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일간경북신문

[기자기고] 저출산대책 비판에 발끈한 복지부..
사회

[기자기고] 저출산대책 비판에 발끈한 복지부

운영자 기자 입력 2015/12/20 16:17 수정 2015.12.20 16:17
 
 
지난 14일 오전 9시.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변인실을 통해 기자실을 방문하겠다는 공지를 보냈다. 불과 한시간 남기고 보낸 사실상 통보였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연말을 앞두고 인사차 오는 거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장관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비판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는데 장시간을 소비했다.
정 장관은 "노동개혁으로 일자리를 창출해 젊은사람이 결혼하고 출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게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취지"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섭섭하게도 정치권에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했다. 저출산에 대한 기본 취지를 왜곡했다. 여성이나 결혼관에 대해 낡은 철학을 갖고 있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내기까지 했다.
정 장관이 정면으로 겨냥한 대상은 새정치민주연합 이용득 최고위원이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비판하며 "결혼 안 해보고, 출산 안 해보고, 애 안 키워보고, 이력서 한번 안 써보고, 자기가 노동을 통해 번 돈으로 가정을 한 번 꾸려보지 못한 사람"이라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꼬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유령위원회로 전락했다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발언에도 유감을 표시했다.
정 장관은 "유령위원회 발언은 수많은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온 위원회 활동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힘을 모아 극복해야 할 저출산문제가 정치적 논쟁거리로 전락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이 입장을 표명한 뒤 복지부는 이례적으로 참고자료까지 배포하며 야당의 비판을 반박했다. 이 최고위원 발언에 대해 "(저출산 문제를) 정치적 논쟁거리로 희화화했다"며 "야당의 저출산대책에 대한 인식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도 언급했다.
저출산대책의 주무부처로서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바로잡는 자세는 당연하다. 하지만 정 장관은 정책이 아닌 정치인, 그 중 유독 '야당의 입'에만 발끈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저출산대책을 정치적 논쟁거리로 만들지 말라는 직언은 통쾌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정 장관의 관심은 '정쟁(政爭)'뿐이었다.
근본적인 예산부족과 교육대책 부재 등 출산장려 정책에 대한 쓴소리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해명이나 설명도 없었다.
정 장관은 취임후 줄곧 소통을 강조해왔다. 건설적인 비판은 진지하게 수용하고 대책 시행과정에서 충실히 보완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발언을 토해 낸 30분 동안 정 장관은 국민들과 밀접한 소득중심의 건강보험부과체계 개편과 술·담배정책에 대해서는 즉답을 꺼리는 등 소신이나 철학을 드러내지 못했다.
특히 이날 방문이 취임후 가진 사실상의 첫 간담회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두고 두고 남을 것 같다.
 
김지은기자
저작권자 © 일간경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