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국 스포츠는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는 없었지만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다.
'골프 여제' 박인비가 8월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해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과 함께 한국인 두 번째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는 금자탑을 쌓았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세계랭킹 상위 12개국이 참가한 국가대항전인 프리미어 12 초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거둔 극적인 역전승은 국민에게 큰 기쁨을 안겼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맞은 축구국가대표팀은 지난해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에서 벗어나 16승3무1패라는 성적으로 승승장구했다.
프로야구에서는 두산 베어스가 통합 우승 5연패를 노리는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14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환희와 기쁨 뒤에는 불미스러운 사건도 있었다.
현역 프로농구 감독이 승부조작에 연루돼 경찰 수사를 받았고, 현직 프로농구 선수들이 대거 불법 스포츠도박을 한 혐의로 사회 문제가 됐다.
올림픽 수영 영웅 박태환은 금지약물을 복용해 18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올 한 해 한국 스포츠를 떠들썩하게 했던 10대 뉴스를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박인비 커리어 그랜드슬램·명예의 전당 입회 충족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지난 8월 2015 브리티시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커리어 그랜드슬램(현역 은퇴 전까지 4대 메이저대회 우승)'을 달성했다.
투어 역사상 7번째이자 동양 선수로는 최초의 대기록이다.
US여자오픈(2008·2013년), 위민스 PGA 챔피언십(2013·2014·2015년),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2013년)에 이어 브리티시오픈 정상에 올랐다.
또 11년 터울 선배 박세리(38·하나금융그룹)에 이어 명예의 전당 입회를 사실상 확정했다.
박인비는 올 시즌 베어 트로피(Vare trophy·평균타수 1위 트로피)를 수상했다.
이 수상으로 명예의 전당 포인트 1점을 보태며 27점을 모두 채워 가입 요건을 충족했다.
투어에서 10년 이상 활동해야 한다는 조건이 남았지만 내년 시즌만 소화하면 이 조건도 채운다.
▨한국야구대표팀 프리미어12 초대 대회 우승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최한 '2015 프리미어12'에서 갖은 난제를 극복하고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들과 오승환· 윤석민· 양현종 등이 전력에서 빠졌다.
한국시리즈 종료 후 열흘 만에 대회가 시작돼 준비 시간도 부족했다.
한국은 개막전부터 적진 삿포로돔에서 일본 투수들에게 눌려 완패를 당했다.
대회 내내 공동개최국 일본과 대만은 자국에 유리하게 일정을 짜며 한국 대표팀을 피곤하게 했다.
그러나 예선 4승2패로 선전하며 8강에 올라가 쿠바를 꺾었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다시 만난 일본에 8회까지 0-3으로 끌려갔지만 9회초 대역전극(4-3승)을 펼쳤다.
11월21일 결승에서 미국을 8-0으로 손쉽게 꺾고 우승컵을 들었다.
김인식 감독의 절묘한 투수교체와 용병술이 빛났다.
다만 2경기 13이닝 동안 한국 타선을 농락한 일본의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는 한국 야구계에 큰 충격을 줬다.
한국은 젊은 에이스들을 키워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았다.
▧화려했던 슈틸리케호…16승·44골4실점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끈 2015년의 한국축구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한 해를 보냈다.
1월 호주아시안컵에서 27년 만에 결승 무대를 밟으면서 심상치 않은 흐름을 예고한 축구대표팀은 이후 글자 그대로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뉴질랜드(3월31일·1-0)와 아랍에미리트(6월11일·3-0)를 모두 꺾었고 8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에서는 7년 만에 패권을 거머쥐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조 1위를 질주 중이다.
한 해 동안 거둔 16승(3무1패)은 18승(1975년·1978년)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또한 20경기에서 44골을 넣는 폭발적인 득점력과 4골만을 내주는 탄탄한 수비도 선보였다.
실점률 0.2골은 국제축구연맹(FIFA) 소속 209개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두산, 삼성 독주 막고 14년 만에 KS 제패
두산 베어스가 통합 5연패를 노리던 무적 삼성 라이온즈를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꺾고 14년 만에 한국시리즈(KS) 정상에 올랐다.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두산은 넥센 히어로즈를 준플레이오프에서 3승1패로 제압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NC 다이노스와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3승2패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상대는 정규리그 1위에 오르며 통합 5연패 달성을 노리는 삼성이었다.
두산은 삼성을 상대로 1차전 8-9로 역전패한 뒤 2차전부터 4연승하며 잠실 홈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두산(전신 OB 포함)은 1982년, 1995년, 2001년에 이어 통산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김태형 감독은 역대 4번째로 사령탑 데뷔 첫해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1995년 베어스 소속으로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감독으로 우승하며 단일팀에서 선수와 감독으로서 첫 우승을 경험했다.
통합 5연패를 목표로 했던 삼성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임창용, 윤성환, 안지만 등 3명이 해외 원정 도박 파문에 휩싸이며 경기에 나서지 못하며 무기력하게 패했다
▨불법 도박에 빠진 프로 스포츠…·농구·야구 '얼룩'
올해 국내 프로농구와 프로야구는 불법도박으로 얼룩진 한 해로 기억된다.
현역 프로농구 감독이 승부조작, 몇몇 현역 선수들은 스포츠 도박 베팅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선수 대부분은 대학 시절 소액의 베팅을 한 것으로 드러나 기소유예 처분과 출장정지 등으로 마무리됐지만 농구는 과거 승부조작 파문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전력이 있어 팬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프로농구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프로야구 선수들의 해외 원정도박 파문이 터졌다.
그것도 최강 삼성의 전· 현직 선수들인 임창용과 윤성환·안지만· 오승환이 거론돼 파장은 더욱 컸다.
의혹을 산 3명은 한국시리즈에 나서지 못했고, 삼성의 통합 5연패는 좌절됐다.
임창용은 은퇴가 불가피해졌고 MLB 진출을 노리는 오승환은 무적 신세가 되는 것을 걱정해야 할 처지여서 후폭풍은 아직도 계속 되고 있다.
▨MLB 강정호 연착륙·추신수 부활…잇단 미국행 러시
포스팅(비공개경쟁입찰) 시스템을 통해 KBO리그에서 미국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첫 야수인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올해 타율 0.287(421타수 121안타) 15홈런 58타점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과 함께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3위를 차지했다.
수비에서도 3루수와 유격수를 오가며 수준급 기량을 선보였다.
시즌 막판 불의의 부상을 당했으나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 역시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털어내고 후반기 부활에 성공했다.
9월부터 시즌 종료 때까지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팀을 지구 우승으로 이끌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변함없는 실력을 보여줬다.
비록 류현진(28·LA 다저스)은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통째로 날렸지만 내년 시즌 복귀를 위해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강정호의 연착륙으로 박병호(29)는 포스팅 금액 1285만 달러와 계약 기간 4년 1200만 달러에 미네소타 트윈스에 입단했다.
자유계약(FA) 신분인 김현수(27)는 볼티모어 오리올스행이 유력하다. 이대호(33) 역시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다.
▨손흥민 한국인 최대 몸값 토트넘 이적
유럽 무대에서 맹활약 중인 손흥민(23)은 한국인 역대 최다 이적료를 기록하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독일 레버쿠젠에서 빼어난 활약을 바탕으로 지난 8월28일 토트넘 핫스퍼와 입단계약을 마무리했다.
앞서 박지성(34), 이영표(38·이상 은퇴) 등이 족적을 남긴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13번째 한국인이었다.
순서는 늦었지만 계약 조건에서는 손흥민을 따라올 이가 없었다.
계약 기간은 5년, 이적료는 2190만 파운드(당시 약 396억원)에 달했다. 이는 역대 한국인 최다 이적료다.
지난 2013년 1000만 유로(약 136억원)로 레버쿠젠으로 입성했던 손흥민은 2년여 사이에 자신의 몸값을 3배로 높였다. 높은 몸 값이 부담이라는 시선은 기우였다.
유니폼을 바꿔 입은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9월18일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J조 1차전 카라바흐(아제르바이잔)와의 경기에서 2골을 터뜨렸다.
이틀 뒤에는 크리스털 팰리스를 상대로 프리미어리그 데뷔골까지 기록, 완벽히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올림픽 수영 영웅 박태환 도핑 파문
정초부터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박태환(26)의 매니지먼트사인 팀 GMP는 1월 박태환이 지난해 9월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실시한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박태환이 사용한 금지약물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으로 WADA는 이를 1종 금지약물로 분류하고 있다. 자의든 아니든 금지약물을 사용한 대가는 혹독했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3월24일 청문회를 열고 박태환에게 18개월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또한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딴 6개의 메달을 모두 박탈했다.
내년 3월2일 징계가 끝나는 박태환은 현재 국내에서 물살을 가르고 있다.
박태환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지만 약물 사용자는 3년 간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 규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정몽준 FIFA 회장 도전 무산
정몽준(63)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직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뜻하지 않은 징계로 뜻을 접었다.
지난 5월 FIFA는 1억 달러(약 1105억원) 규모의 뇌물 스캔들로 홍역을 앓았다.
비난의 화살이 거세지자 5선에 성공한 제프 블래터(79) 회장도 사임을 결정했다.
블래터 장기집권이 끝나자 후계자 자리를 놓고 세계 각지의 축구인들이 도전장을 냈다.
앞서 FIFA 부회장을 지냈던 정 명예회장도 지난 8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혁의 기치 아래 도전장을 냈다.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등과 치열한 선거전을 예고했으나 지난 10월 암초를 만났다.
FIFA 윤리위원회는 정 명예회장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고, 윤리위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6년 간의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정 명예회장은 윤리위에 반발, 스위스지방법원에 제재 효력 일시 중단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이마저도 기각당했다.
결국 내년 2월로 다가온 선거에 후보 등록조차 하지 못했고, 회장 출마를 공식 철회했다.
▨최강희 감독 전북현대 K리그 2연패
최강희(56) 감독이 이끄는 전북 현대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K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전북은 이로써 13년 만에 리그 2연패라는 기록을 세우며 K리그 명문구단의 위상을 굳혔다.
전북은 리그 2연패와 더불어 최우수선수상(이동국)과 영플레이어상(이재성) 등 굵직굵직한 상도 휩쓸었다.
아울러 클래식 베스트 11에도 골키퍼 권순태와 수비수 김기희가 이름을 올리며 겹경사를 맞았다.
전북의 리그 2연패는 '봉동 이장' 최강희 감독의 리더십과 모기업인 현대기아차의 과감한 투자가 한몫을 했다.
K리그 구단들이 경기 침체의 여파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전북은 과감한 투자로 K리그를 대표하는 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선수들이 장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이끌어주는 최감독의 리더십도 다시 조명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