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자격정지'라는 철퇴를 맞은 제프 블래터(79)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징계에 대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블래터 회장은 21일 어후(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FIFA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FIFA의 회장으로서 '샌드백'이 된 것에 대해 유감이다. 축구계에도 미안하다"면서도 "(나는)8년의 자격정지를 받을 이유가 없다. 나 스스로와 FIFA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와 플라티니에게 거짓말쟁이라는 오명이 덧씌워졌지만 이는 진실이 아니다"며 "후회를 하고 있지만 부끄럽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 FIFA 윤리위는 이날 블래터 회장과 미셸 플라티니(60)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에게 각각 5만 스위스프랑(약 6000만원), 8만 스위스프랑(약 9500만원)의 벌금과 함께 향후 8년간 축구와 관련된 일체의 활동을 금지시키는 징계를 내렸다.
플라티니 회장은 2011년 블래터 회장에게 200만 스위스프랑(약 24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10월8일 90일의 임시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들은 지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플라티니 회장이 블래터 회장의 자문 역할을 할 때 받지 못한 금액을 차후에 지급했고, 이는 구두계약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FIFA 윤리위는 블래터 회장이 윤리위의 이해 상충, 신의성실 위반, 금품제공 관련 등의 조항을 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플라티니 회장 역시 이해 상충, 신의성실 위반 등에 걸렸다.
윤리위는 이날 징계 수위를 발표하면서 "블래터 회장은 해당 금액에 대해 서면으로나 직접 발언으로나 소명하지 못했다"면서 "FIFA에서 우선되는 이해관계를 저버리고 오히려 상반되는 활동을 하면서 관리자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또 "플라티니 회장은 자신에게 맡겨진 직무와 이에 따른 책임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신뢰성과 진실성을 갖추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블래터 회장은 "나는 낙관론자로 표현할 수 있다. 우리(블래터·플라티니 회장)는 위원회를 충분히 설득했다고 생각했다"면서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윤리위가 (플라니티 회장)과의 (구두)계약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FIFA에는 서면이나 구두로 계약을 할 수 있다는 법령이 있다"며 "FIFA 윤리위는 회장의 거취를 박탈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나는 아직 FIFA의 회장"이라고 덧붙였다.
블래터 회장과 달리 플라티니 회장은 FIFA 윤리위의 이번 징계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플라티니 회장에게 내려진 징계가 풀리지 않을 경우, 차기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하려고 했던 그의 도전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자격 정지 처분으로 내년 2월26일 치러지는 회장 선거에 출마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 나온 블래터 회장은 오른쪽 얼굴에 반창고를 붙이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에 따르면 그는 최근 얼굴에 있는 점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