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동안 마이너리그에 있었다. 실감이 안 난다. 다치지 않고 매 경기에 집중하면서 팀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2006년 추신수(33· 텍사스) 이후 고교를 졸업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첫 번째 선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최지만(24)은 23일 인천 나은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짧으면 짧고 길면 긴 6년이었다. 운좋게 기회가 돼 가게 됐다"며 "한국에 있어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스프링캠프 때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함께 있다면 더 실감이 날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인천 동산고를 졸업하고 2010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한 최지만은 1루수와 외야 수비가 가능한 스위치히터다. 루키리그부터 트리플A까지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지만 빅리그 데뷔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해 4월에는 경기력 향상 약물(PED)에 양성반응을 보여 5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나섰지만 수비 도중 정강이뼈에 골절상을 당했다.
복귀 후 그는 트리플A에서 18경기에 나와 타율 0.298 1홈런 16타점을 기록했다. 시즌을 마치고 마이너리그 자유계약선수(FA)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을 맺었다가 곧바로 에인절스로 옮기게 됐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마이너리그 FA 자격을 얻은 최지만은 볼티모어로 팀을 옮겼지만 직후 메이저리그 룰5 드래프트에서 LA 에인절스에 2라운드로 지명됐다.
룰5 드래프트는 40인 로스터 밖에 있는 선수를 5만 달러의 보상금만으로 데려갈 수 있는 제도로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유망주를 다른 팀으로부터 데려올 수 있다.
하지만 지명권을 행사한 구단은 다음 시즌 내내 해당 선수를 25인 로스터 또는 부상자 명단에 포함시켜야 한다. . 그렇지 않을 경우 선수를 내준 구단이 선수를 다시 데려올 수 있어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유망주를 쌓아두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제도로도 볼 수 있다.
최지만은 메이저행 기회를 잡은 것이다.
최지만은 에인절스에서 1루수 백업 요원 자리를 두고 에프렌 나바로(29)와 경쟁을 할 예정이다. 현재 에인절스에는 알버트 푸홀스와 C.J. 크론이 1루수와 지명타자를 번갈아 소화하고 있다.
최지만은 메이저리그 진입시 빅리그 신인에게 주는 최저 연봉보다 월등히 많은 65만 달러를 보장받았다. 400타석부터는 10만 달러를 추가로 받는 등 인센티브로 최대 40만 달러의 추가수입도 올릴 수 있다.
또 2016년 7월 1일까지 빅리그 콜업이 없을 경우 FA로 나갈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도 계약 조건에 들어갔다. 그는 내년 1월 미국으로 들어가 3월부터 스프링캠프를 준비할 계획이다.
◇최지만의 일문일답
-그 어느 때보다 메이저리그가 가깝게 다가왔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긴 6년이었다. 운 좋게 기회가 돼서 가게 됐다. 한국에 있어서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스프링캠프에 가서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함께 있다 보면 더 실감이 날 것 같다. 목표는 항상 하나다. 다치지 않는 것이다. 매 경기마다 집중하면서 팀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 부상 회복과 현재 몸 상태는.
"미국에서 열심히 재활해서 완쾌했다. 나은병원에서 재활을 하고 있다. 아직은 몸을 끌어올린 것은 아니다. 한국은 날씨가 추워 웨이트를 하고 야구는 방망이만 치고 있다. 1월 미국에 들어가서 따뜻한 곳에서 몸을 끌어올릴 생각이다."
- 스위치히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메이저리그에도 스위치히터가 많지 않다. 코치님이 한 번 해보자고 했는데 잘 됐다. 제대로 시작한 지는 두 달 정도 됐다. 물론 만족할 정도는 아니다. 야구 시작하고 제대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많이 배우고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 같다."
- LA 에인절스를 고른 이유는.
"경쟁상대는 모든 선수이고 어떤 선수가 있을지 모른다. 돈보다 기회를 줄 오리올스로 처음 선택했는데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에인절스를 선택했다."
- 장점,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방망이가 자신 있다. 내 장점은 파워보다는 콘택트이다. 팬은 많이 없지만 슬럼프가 올 때마다 팬들이 내가 힘든 것을 아는 것 같다. 문자로 짧게 보내주는데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된다."
- 2014년 초 금지약물 복용 혐의로 50경기 출전 정지를 받았는데.
"약물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 당시에 뉴스로 다 나갔고, 변명만 되기 때문에 반복되는 이야기가 될 뿐이다."
- 롤모델은.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누구를 롤모델로 삼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선수 개개인마다 장단점이 있다. 한 사람을 특별히 따라간다기보다 내게 맞게 다양한 사람들의 장점을 배워나가고 있다."
- 대표팀 욕심은 없나.
"일단 뽑아주면 간다. 마이너 선수들도 기량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나도 그렇고 일본에 있는 이대은 선수도 트리플A에 있었다. 그만큼 기량이 있다는 이야기다. 나에 대한 관심도 고맙지만 마이너 선수들에게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부담이 많이 된다. 일단 볼티모어에 감사한 마음이다. 매년 긴장하고 매년 부담이 간다. 여기까지 올라온 것은 감독님들 덕분이다. 항상 좋은 말을 많이 해줬고 특히 겸손을 많이 배웠다."
-룰 5드래프트에서 에인절스의 지명을 받았던 소감은.
"솔직히 눈물이 났다. 6년이라는 시간이 머릿속에 지나갔다. 루키 때부터 다치기도 하고 수술도 하고 하면서 포기도 생각했지만 잘 참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스스로에게 대견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 적응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 같나.
"가서 야구만 하기 때문에 이전에도 적응 하나는 잘했다. 항상 그래 왔다. 나는 집순이 스타일이다. 집에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중에 미래의 와이프가 일을 하고 나는 집에 있고 그렇게 되지 않을까.(웃음)"
-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많이 뛰게 됐는데.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다. 일정을 보면 박병호 선배님과 만나는 것으로 돼 있다. 대스타 선배님들과 붙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다. 신수형(추신수)을 만날 때도 만남 자체가 즐거운 것이지만 한 번씩 해주는 조언이 정말 도움이 된다. 다른 선배님들도 빨리 만나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고 배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