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중대 분수령에 들어섰다.
6·3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이 당내 전면전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장 대표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고리로 전국 재선거와 특검을 강하게 요구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지만, 당내에서는 이미 "식물 대표 상태"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주 소집 여부가 결정될 의원총회가 장 대표 체제의 존속 여부를 가를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내부 기류는 장 대표가 대표직을 계속 수행하기 어렵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개혁 성향 의원 모임인 '대안과미래' 소속 의원 25명은 이미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며, 장 대표 거취 문제를 공개 의제로 올렸다.
친한(친한동훈)계와 소장파, 오세훈 서울시장 측 등 비당권파 진영은 의총이 열릴 경우 장 대표 사퇴 촉구 결의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구주류와 당권파는 즉각적인 축출 방식에는 부정적이다.
정점식 신임 원내대표 역시 "총의를 모아 집단지성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히며, 강제 퇴진보다는 당내 합의를 통한 정리 수순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 관계자는 "장 대표 퇴진 자체보다 어떤 방식으로 정리하느냐가 계파 간 최대 쟁점"이라며 "의총이 열려도 해법보다 갈등만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세에 몰린 장 대표는 최근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정면 이슈화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그는 전날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오늘이라도 만나 재선거와 특검을 논의하자"고 공개 제안했다.
장 대표는 또 전국 재선거와 특별검사 도입, 선거제도 개혁, 선관위 개혁을 동시에 요구하며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타협은 없다"고 선언했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을 거론하며 선관위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장 대표는 "쌍둥이 득표가 전국적으로 869건, 세쌍둥이 득표도 15건 발견됐지만 선관위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확률적으로 가능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투표용지 상자를 폐기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외부로 반출된 사례가 확인됐다"며 "증거 가치 판단은 선관위가 아니라 법원이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북과 경기교육감 선거에서 발생한 개표 오류 사례, 35건에 달하는 선거소청 등을 언급하며 "국민 분노를 외면하면 정권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대표 거취를 둘러싼 계파 갈등의 본질은 단순한 선거 책임론이 아니라 2028년 총선 공천권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차기 당 대표는 사실상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비당권파는 새로운 지도부가 조기에 출범해야 총선 준비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우재준(대구) 청년최고위원은 "내년 8월 새 지도부가 출범하면 총선 공천 준비 기간이 사실상 6개월밖에 남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비당권파는 장 대표가 지금 물러난 뒤 전당대회에서 강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재집권하는 시나리오를 경계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장 대표를 강제로 끌어내리는 순간 오히려 피해자 프레임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장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경우 마땅한 강제 퇴진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선출직 최고위원과 청년최고위원 가운데 4명 이상이 사퇴할 경우, 최고위원회는 붕괴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현재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공개적으로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고, 양향자 최고위원도 사퇴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신동욱·김재원 최고위원의 선택이 장 대표의 운명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최고위원 연쇄 사퇴가 현실화될 경우 장 대표 체제는 사실상 강제 종료된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이번 주가 장 대표 체제의 최대 고비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의원총회가 열려 사퇴 압박이 본격화될 경우, 조기 퇴진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의총이 무산되거나 뚜렷한 결론 없이 끝난다면 장 대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재선거 이슈를 앞세워 당분간 버티기에 성공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당내 다수 의원들이 이미 지도체제 교체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더라도 이전과 같은 당 장악력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국민의힘의 진짜 싸움은 장동혁 개인의 거취가 아니라 차기 총선 공천권과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권력투쟁"이라며 "장 대표의 운명은 결국 의원총회와 최고위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