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까지 자살률을 2024년 대비 33.3% 낮추고,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대응하는 자살예방 안전망 구축에 나선다.
자살위기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한 국가자살대응실 설치를 추진하고, 자살예방센터 인력과 정신응급의료 기반을 확충하는 한편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위험 예측과 사회·경제적 위기 요인 해소에도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
13일 정부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제11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열고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은 '생명보호가 기본인 사회, 든든한 기본(B.A.S.I.C)으로 완성하는 생명존중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기존 9대 분야 대책을 5대 추진전략으로 재편한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2024년 인구 10만명당 29.1명이었던 자살률을 2030년까지 18.9명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 다음으로 자살률이 높았던 리투아니아가 2016년 27.3명에서 2021년 18.5명으로 자살률을 32.2% 낮춘 사례도 참고했다.
자살 사망자 감소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7.8명으로, 2024년 29.1명보다 낮아졌다. 올해 1~7월 자살 사망자 수도 7천432명으로 전년 동기 8천475명보다 1천43명(12.3%) 감소했다.
정부는 이 같은 감소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위기 대응부터 조기 발굴, 정신건강 치료, 사회·경제적 지원까지 자살예방 정책 전반을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생명지킴 안전망(Basic Safety Net)' 구축을 위해 국가자살대응실 설치를 추진한다.
국가 차원에서 자살시도 발생 상황을 확인하고 지역별 대응을 관리·지원해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현장 대응 기반도 확충한다.
자살예방센터 인력을 센터당 평균 5명에서 7.1명으로 늘리고,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는 14개에서 17개로,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는 93개소에서 103개소로 확대한다.
자살시도자 치료비 지원 한도액은 현행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응급입원료 지원 상한은 45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각각 높인다. 정신응급 필수의료와 병상을 확충하고 고위험군 치료 거점의료기관 지정, 난치성 우울증 치료 보장성 강화 등 정신건강 치료체계도 보완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먼저 찾아 지원하는 '적극적 발굴·예방(Active Outreach)' 전략도 추진한다. 정신의료기관과 자살예방센터 간 고위험군 연계를 확대하고, 서비스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자살시도자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설득과 관리 방안을 마련한다. 위기가구 통합발굴플랫폼 등을 활용해 자살위험군을 조기에 찾아 필요한 지원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AI와 데이터에 기반한 예방체계도 구축한다.
기존 정신문제·경제문제·질병문제·가정문제 등 7개 유형으로 구분하던 자살 동기 분류를 27개로 세분화하고, 관련 정보를 건강보험 및 사회보장급여 수급 이력 등과 연계해 위험 요인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AI를 활용한 자살위험 예측과 지역별 자살 동향 분석을 추진하고, 자살예방 상담기록 작성과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 등 반복 업무도 지원해 현장 전문인력이 상담과 위기 대응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자살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채무·빈곤·고립·돌봄 문제에 대한 대응도 강화한다.
과도한 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채무조정과 구제 제도를 안내·연계하기 위해 전국민 채무상담 대표번호인 1375를 운영하고,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특화 금융상품 지원도 확대한다. 생애주기별 고립 예방과 고위험군 긴급생계비 지원을 강화하고, 가족휴가와 주야간 보호, 돌봄휴직 확대 등을 통해 가족의 돌봄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학생·청소년과 범죄피해자, 경찰·해경·소방·군인·병역의무자, 자살 유족 등 대상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체계도 마련한다.
학생들의 경쟁·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질문·토론 중심의 수업문화를 조성하는 한편 학생 마음건강 실태조사 등을 통해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에 대응한다.
범죄피해자는 수사 전 과정에서 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며, 특수직군에 대해서는 직무 특성을 고려한 예방·진단·치료를 지원한다. 자살 유족에 대한 원스톱 지원도 강화해 심리·복지 등 필요한 서비스를 적기에 제공할 계획이다.
지방정부와 민간의 책임도 확대한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별 자살예방 이행계획을 평가하고 자살률과 예방 노력 등 평가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우수기관에는 포상과 재정 지원을 연계하고 민관 협력도 강화한다.
특히 이번 계획은 기존에 발표한 자살예방 대책을 법정 기본계획으로 격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중앙부처와 시·도지사는 기본계획에 따른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하며, 보건복지부 장관은 매년 이행 실적을 평가하게 된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의 책무"라며 "자살은 특정 부처의 일이 아니라 정부 전체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별 자살사망자 동향에도 차이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지자체별 실적을 면밀히 살피고 현장에서 효과를 거둔 사례를 확산하겠다"며 "우수한 노력을 이어가는 지방정부에는 평가와 재정 지원 등을 통해 힘을 더하겠다"고 밝혔다.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