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으로 지명된 김지용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검찰 재직 시절 사건 처리와 정치적 중립성 등을 둘러싸고 여야의 집중 공세를 받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계 의원들과 조국혁신당까지 후보자의 적격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검찰개혁을 이끌 초대 수장으로서 자질 논란이 확산됐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여권 내부의 인사 갈등과 검증 지연을 문제 삼으며 중수청의 졸속 출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정치적 성향에 치우치지 않고 사건을 처리해 왔다며 적격성을 강조하는 한편, 과거 검찰의 사건 처리와 관련해 일부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 의향을 밝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4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과거 주요 사건의 처리 경위와 검찰개혁에 대한 소신, 중수청 운영 방향 등을 집중적으로 검증했다.
이번 청문회의 핵심 쟁점은 김 후보자가 검찰 재직 당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검찰권 남용을 제대로 견제했느냐는 점이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정진웅 전 부장검사의 독직폭행 사건을 거론하며 김 후보자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윤 의원은 당시 한동훈 검사장을 둘러싼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해 정치검찰의 비호 의혹을 제기하면서, 김 후보자가 기소 결재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한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김 후보자가 당시 서울고검 차장으로서 결재라인에 있었던 점을 지적하며 “후보자가 보여주는 태도는 비겁하고 불의에 눈 감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해당 사건의 기소 당시 결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도 기소에 반대했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후 대검찰청의 진상조사 과정에도 협조했다고 설명하며, 불의를 외면했다는 지적에는 선을 그었다.
윤 의원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도 문제 삼았다. 당시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관여 의혹 등을 거론하며 사건 처리의 형평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친여권 성향인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도 김 후보자가 대검찰청 형사부장이던 2021년 해당 사건의 기소 과정에 관여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무죄가 확정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에 대한 사과 의향을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저에게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며 “개인적으로 사과드릴 용의가 충분히 있다”고 답했다.
검찰 재직 시절의 판단과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 후보자를 향한 비판은 범여권 내부에서도 나왔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윤 의원은 김 후보자가 과거 사건 처리 과정에서 소신을 명확히 드러내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중수청장에게 요구되는 책임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이광희 의원은 김 후보자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 명령에 반대하는 성명에 이름을 올린 사실을 거론했다.
김 후보자가 당시 행동을 적절했다고 판단한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절차적 문제 제기를 넘어 집단 반발에 나선 것이 고위공직자로서 적절했는지 따져 물었다.
이상식 민주당 의원도 김 후보자를 둘러싼 친윤 검사 논란을 언급하며 “후보자가 이참에 여러 가지로 성찰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국혁신당 정 의원 역시 초대 중수청장은 검찰개혁을 열망해 온 국민의 기대를 실현해야 하는 자리라며 김 후보자의 적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권 내부의 인사 갈등이 청문회 지연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하면서, 김 후보자의 과거 검찰개혁 관련 소신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은 김 후보자가 2022년 대검찰청 형사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검찰 수사권 조정과 보완수사권 폐지의 문제점을 제기했던 점을 언급하며 현재도 같은 입장인지 질문했다.
박 의원은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김 후보자를 친윤 검사라고 비판하며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한 사실도 거론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일부 표현이 모욕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중수청장이라는 자리의 무게감과 중요성 때문에 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 지명 이후 인사청문회가 열리기까지 37일이 걸린 점도 문제 삼았다.
강명구(구미시을) 의원은 김 후보자가 지난 9월 7일 지명된 뒤 청문회가 늦게 열린 데 대해 국회의 인사검증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여권 내부에서 추가 검증과 후보자 적격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면서 청문회 준비가 지연됐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추가 검증을 한다며 인사청문 요청안을 보내지 않고 자기네들끼리 싸웠다”며 “정작 인사청문회를 해야 하는 행정안전위원회 위원들은 바보가 된 기분”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도 여권 내부 갈등을 거론하며 중수청이 충분한 준비 없이 출범할 경우 국민 불안과 제도적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 제출 문제를 두고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김 후보자를 압박했다.
민주당 박정현 의원은 중수청 운영 매뉴얼 등 요청 자료를 받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기존 검찰의 국회 대응 방식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권영진(대구.달서구병) 의원도 상훈 내역 등 자료가 충분히 제출되지 않았다며 청문회 준비가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편향 논란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의 질의에 “사건을 처리하면서 어떤 정치적 성향에 편중되지 않고 나름 소신 있게 처리했다고 자부하고 있다”며 “중수청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제가 부적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을 비판해 온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과 관련해서도 중수청의 성공적인 안착이라는 목표에는 공감할 것이라며 “협력해서 잘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청문회에서 제기된 과거 사건 처리의 책임론과 자료 제출 논란, 여권 내부의 반발은 초대 중수청장 인선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검찰개혁의 상징성과 조직 운영 능력, 정치적 중립성을 동시에 요구받는 중수청장 자리에 과거 검찰 경력이 오히려 검증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것이다.
여하튼 김 후보자가 과거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의혹을 얼마나 명확하게 해소하고, 검찰과 차별화된 수사기관 운영 원칙을 제시하느냐가 향후 적격성 판단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