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여야는 22일 헌법재판소발(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따른 파장이 확산되는 것을 예의 주시하면서도 정국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을 팽팽히 펼치고 있다.
특히 '정윤회씨 등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둘러싼 대치로 12월 임시국회가 파행 중인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진보당 해산이라는 메가톤급 변수까지 등장해 여야의 대결구도가 공고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임시국회 정상 가동이 물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6일 긴급현안질문 이후 5일째 상임위 가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법제사법위에 이어 이번에는 정무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까지 확대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최악의 국면은 피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어 파국은 피할 것으로 예상되나 아직 속단하기는 일러 보인다.
특히 전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헌재 결정에 불복, 법적 대응은 물론 시민단체 등과 연합한 여론몰이를 시도하고 있어 정국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與, 진보당 해산 역풍 조기차단
여당은 헌재의 진보당 해산 심판 이후 나타나고 있는 '정당 민주주의 훼손 우려' 등 일부의 비판여론에 대해 조기 차단에 나서는 등 적극대응하고 있다. 헌재 결정 직후 역풍을 우려해 여론 추이를 지켜보면서 진보진영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해온 입장에서 180도 선회한 것이다.
해산된 진보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집회를 개최하며 사실상 헌재 결정 불복운동에 나서는데 대해 경찰의 강경대처를 주문하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정부는 어떠한 경우라도 법으로 해산된 통진당 당원들의 장외 불법투쟁을 강력한 공권력으로 막아주기를 촉구한다"고 통진당의 정당해산 불복운동에 대한 경찰의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서청원 최고위원도 "경찰에서 여러 고민을 하는 것 같은데 통진당 종북세력이 집회하는 문제에도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질서를 바로 잡는 계기를 이번에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또 진보당 세력을 '종북분파' '낡은 진보'로 규정하며 여타 진보진영과 구분해 고립시키는 전략을 사용하는 분위기다. 진보세력 전체와의 대결구도를 피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김 대표는 "집권만을 위해 통합진보당과 연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종북, 헌법파괴를 일삼는 낡은 진보세력과 절연해야 한다"며 "정치권의 진보 세력은 낡은 종북개념에서 벗어나 건전한 진보의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다"고 훈수를 뒀다.
◇野, 與 국면전환 막고 비선실세 운영위 공세
반면 야권은 정부여당이 정부·여당이 진보당 해산을 고리로 국면 전환의 움직임을 보이자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수위를 높이며 차단막을 치기위해 주력했다.
그러면서 진보당 해산 파장을 이용해 정윤회씨 등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물타기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새누리당에 운영위원회 소집을 비롯한 국회 정상화를 압박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회의에서 "지난 2년 정부의 실정을 모두 가려 줄만큼 되지 못하고 그럴 것으로 기대하면 안된다"며 "여당도 진보당 해산결정으로 정국 실정과 비선실세 국정농단이 덮어질 것으로 기대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문 위원장은 "지난 10일 합의대로 29일 본회의에서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며 "합의한대로 연내 공무원연금 국민대타협기구와 국회 특위, 자원개발 특위를 구성해야 한다. 검찰은 검찰, 국회는 국회의 역할이 있다. 운영위를 통해 국정농단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지난 비선실세 국정농단 관련 현안질의가 있었으나 의혹의 진앙지인 청와대만이 대상에서 빠졌다. 그래서 (우리는) 국회 운영위 소집으로 청와대를 대상으로 국민적 의혹을 풀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며 "오늘 중 이 문제에 대해 새누리당은 미루지 말고 즉각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도 헌재의 결정에 날을 세우며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하며 책임론 공세를 펼쳤다.
천호선 대표는 상무위원회에서 "대한민국의 역사는 곧 '자유민주주의를 뒤흔든 역사적 과오'임을 증명할 것이고 그 책임을 두고두고 박 대통령에게 물을 것"이라며 "법무부와 검찰 당국은 이 사건을 시작으로 공안정국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이를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前진보당 국민속으로…' 여론전·장외투쟁 주력
전(前) 통합진보당은 이날 진보진영과 함께 헌재의 정당 해산 결정에 반발하는 여론전과 장외투쟁에 주력하면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진보당 전 의원들은 전날 헌재의 의원직 상실 결정이 월권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데 이어 이날은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에 따른 비상원탁회의'에 참석해 헌재의 진보당 강제해산 결정에 대한 법률적 문제점을 짚어보는 등 향후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사망선고를 받은 진보당은 지원세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진보진영의 동력을 활용한 여론전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보겠다는 것이다. 세계헌법재판기관 회의체인 베니스위원회가 진보당 정당해산심판 결정문 제출을 요청한 것에 주목하며 위원회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진보당 전 의원들은 이날 라디오에 총출동해 헌재 결정의 부당성을 알리는데 총력전을 펼쳤다.
오병윤 전 의원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권한이 없는 헌재가 의원직을 상실시켜서 정무직 공무원인 의원들의 공무담임권을 위법부당하게 박탈했다"며 "헌재는 헌법과 법률에 대한 해석권한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법률에 규정돼 있지도 않은 것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