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있으면 즉석 여행을 많이 한다. 큰 비용 안 들이고 동행자도 없이 혼자서 그냥 어디론가 훌쩍 떠난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인생의 후반기에 여러 경험을 하면서 글을 쓸 소재도 얻기 위해서다.
이런 여행의 시작은 대학생 시절의 아쉬움에서였다. 당시 여행을 좋아했기에 멎진 경험을 기대하며 떠나곤 했다. 마음이 안 맞는 동료는 필요 없고 혼자서 가고 싶은 곳으로 가보는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러나 제약이 많았다. 돈이 없고 시간도 아주 많이 남는 것이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취직이 되지 않아 미래의 불확실함에 대책 없이 떠나기만 할 수는 없었다.
요즘은 시간이 좀 남고 돈도 당시에 비해 여유가 있다. 퇴직을 앞두고 있어 미래에 대한 걱정도 그때와는 다른 차원이다. 학생시절의 제약에서는 조금 자유롭다. 돈을 펑펑 쓰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비용은 구애받지 않는다. 하지만 돈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것만으로 자유로운 여행이 되지는 않는다. 사전에 준비가 필요하다. 목적지로 가는 것 자체보다 목적지에서 무엇인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한데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가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여 여행을 망치는 경우가 생긴다.
해외여행을 하게 되면 사전에 여행사에서 준비물 목록을 나눠준다. 그리고 이런 준비과정에서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 그러나 여행사 없이 혼자 하는 여행에서는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국내 여행에도 당연히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무작정 출발하게 되면 불필요한 행위에 시간을 낭비하다면서 여행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
실제로 가끔 여행 중 꼭 무엇인가 빠뜨리고 온 것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스마트폰 충전이 불완전하거나 야외에서 선글라스 등이 없어 복장이 부실한 경우다. 나이를 먹으니 건망증으로 빠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 나이의 사람들이 외출하면서 무엇인가 빼먹는 것은 흔하다.
그보다는 현지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당황스럽게 되는 것이 문제다. 출발 전 나름대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인터넷이 잘 되어 있어 정보 수집이 가능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명 관광지가 아니면 정보가 부실하다. 현지에 가보면 실제와 다른 경우가 있다. 이런 정보는 잘못되더라도 잘 수정되지 않는다. 또한 내가 젊은 친구들처럼 검색을 아주 잘하는 것도 아니라서 잘못된 검색을 하는 때도 있다.
갑자기 떠나게 되어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급하게 출발하다 보면 꼭 무엇인가 빠뜨리게 된다. 물론 이 역시 우리나이 때의 건망증 때문이긴 하다.
현실적으로 완벽한 준비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준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여행을 계속해야지 되돌아 올 수는 없다. 그러면서 다음 여행 때는 이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번 가본 곳에 다시는 잘 안 가진다. 다른 가볼 곳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세상은 넓고 가볼 곳도 많다.
그런데 꼭 필요한 여행에 꼭 필요한 것을 빼먹으면 곤란하다. 예를 들어 놀러가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시험을 치르러 갔는데 필요한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았으면 치명적이다.
사실 나에게는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도 즐거움이다. 준비하는 것부터 여행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빠뜨렸으면 빠뜨린 채로, 현지정보가 없으면 없는 대로 그럭저럭 즐길 수는 있다. 사실 이런 것은 현지에서 구할 수도 있다. 그래서 불완전한 여행을 계속하게 된다.
상징적으로 우리의 인생은 여행이다. 누구나 가야 한다. 인생여정은 강제로 떠나는 여행이다. 준비가 없더라도 가야만 한다. 개인의 인생만 그런 것은 아니다. 역시 상징적으로 어떤 단체나 국가의 진로도 여행이다.
인생여정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살다보면 준비 없는 여행이 되는 상황이 있다. 나름대로 준비하였다지만 결과적으로 부족한 경우다. 미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준비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요즘 미래를 예측하는 연구가 있지만 완벽하지 않다. 자꾸 틀려서 욕을 먹는 일기예보처럼 미래에 대한 정보는 완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모두의 여행준비는 완전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