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항 지역 사회는 다가올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으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다. 정당의 공천은 시민의 대리인을 세우는 엄중한 절차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낙천자들의 도를 넘은 부당함 주장과 반발은 지켜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 권리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나, 그 주장이 사실관계를 흐리고 유권자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지경에 이른다면 이는 지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승복은 굴욕 아닌 ‘고결한 시민 정신’의 발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은 투표함 속의 표수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완성은 모든 절차가 끝난 뒤 결과에 고개를 끄덕이는 ‘승복의 문화’에서 비롯된다. 승복은 단순한 패배의 시인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 만든 공동체의 규칙을 존중하겠다는 고결한 시민 정신의 발로이며, 정치인으로서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품격이다.
우리는 흔히 다수결을 민주주의의 핵심이라 말하지만, 승복이 전제되지 않은 다수결은 끝없는 갈등의 불씨만 남길 뿐이다. 선거와 공천 과정에서 승자는 패자를 포용하고, 패자는 결과의 정당성을 겸허히 인정할 때 비로소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고 지역 통합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이때의 승복은 굴욕적인 ‘굴복’이 아니라, 부족함을 채워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하는 ‘건강한 약속’이 된다.
▶정치 혐오 너머, 정책과 비전의 경쟁장으로
정치인들의 성숙하지 못한 태도는 유권자인 지역 주민들에게 올바른 선택의 기회를 박탈한다. 근거 없는 비방과 결과 부정은 시민들에게 정치 혐오를 심어주고, 정작 중요한 정책과 비전 논의를 가로막는다. 진정으로 지역 발전을 위한다면, 본인의 유불리를 떠나 시스템의 결과를 수용하고 지역민의 판단을 기다리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번 국민의힘 포항시장 공천 결과는 예비후보자들의 치열한 선의의 경쟁 끝에 매듭지어졌다. 특히 김병욱, 박승호 예비후보가 제기한 공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이 법원으로부터 최종 기각되면서, 절차적 정당성에 힘이 실렸다.
이로써 박용선 후보가 국민의힘 포항시장 후보로 최종 확정되며 공천을 둘러싼 법적·정치적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갈등의 증폭 아닌 화합의 마침표 찍어야
결국 민주주의는 승자가 독식하거나 패자가 판을 깨는 게임이 아니다.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신뢰 자본 위에서 꽃을 피우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 성숙한 승복의 문화가 깊이 뿌리 내릴 때, 정치는 비난의 장을 넘어 진정한 비전의 경쟁장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갈등의 증폭이 아닌, 승복을 통한 지역 화합의 마침표가 되기를 포항 시민들은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편집자 주] 본 기고문은 지역 사회의 건강한 정치 문화 정착을 위해 외부 필진의 의견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