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친환경 에너지·AI 등 미래 신산업 전략적 육성
K-스틸법 국회 발의·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 “다행”
‘인사가 만사’ 뚝심의 경영 철학… 두 번의 부도위기 극복
‘긴급 진단’ 2… 위기의 포항, 출구 전략은?
나주영 포항상공회의소 회장에 묻다
대한민국 철강 수도’였던 포항이 철강산업의 침체로 도시 전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지역 상권의 장기 침체와 중국 저가의 철강공급, 트럼프발 관세 폭등 등으로 포스코 및 현대제철의 일부 공장이 문을 닫는 등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이에 포항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나주영 회장을 만나, 위기 포항을 긴급 진단했다.<김상태기자>
▶포항 경제 위기와 포항상공회의소의 역할
기자 : 포항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현재 포항의 현안과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답변 : 지역경제가 참 어렵다. 구체적인 수치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기업인들에게는 현실적으로 많은 고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수경기가 침체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그나마 버팀목이 되어 주던 수출도 미·중갈등 및 관세전쟁의 영향으로 흔들리고 있다.
최근 철강공단도 생산과 수출에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월에서 7월까지 누적 생산실적은 전년 대비 7.7% 감소하였고, 누적 수출액 역시 전년 대비 2.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주요 철강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감소, 100여개 협력사들이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근로자들의 고용문제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차전치 산업도 전기차 캐즘현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으며, 중국의 저가 공세로 수출이 40% 이상 감소해, 관련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투자도 지연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이런 경기침체의 여파를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포항상공희의소에서는 지난 4월 ‘포항시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철강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 ‘철강산업 전용 요금제 도입을 통한 전기료 한시적 인하’를 주요 내용을 골자로하는 ‘산업위기 선제대응 마련’을 위해, 국회 소속 상임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건의한 바 있다.
또한, 기술과 경제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으나, 법과 제도, 규제는 시대의 흐름에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상공회의소는 기업의 현장 및 투자 관련 애로사항, 각종 규제개선 사항을 발굴하여 기업들이 원활한 경영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포항 위기극복을 위한 해법
기자 : 포항 위기극복을 위한 해법으로는 무엇이 있는가?
답변 : 이제는 기업이 미래라고 생각한다. 기업이 존재하는 가장 이상적인 목적은 지속가능한 경영활동을 통해 이익과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내 경제순환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면서 기업의 경쟁력이 곧 지역사회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산업에는 그 산업 특유의 사이클이 있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근대적 철강설비가 도입된 이후 도약기, 성장기를 거쳐 국내외 철강경영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2009년부터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된다.
현재는 수소환원제철이라는 친환경 제철 기술을 준비하는 도입기라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R&D 투자 및 기술개발을 통해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발전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갖고 미래의 그림을 함께 그려가는 지자체와 기업의 팀플레이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보인다.
기자 : 철강산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답변 : 철강산업은 공급과잉, 경기침체, 환경규제에 관세까지 복합적인 요인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구조를 재편하고, 어려운 시기일수록 R&D투자를 통해 수소환원제철 등 친환경 기술혁신과 무역장벽·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반덤핑 조사 및 국가 기간산업 보호를 위한 시장에서의 적절한 정책의 유연성이 요구된다.
특히, 국가의 기반산업인 철강산업과 제조업의 근간이자 경쟁력을 높이는 기초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한 꾸준한 관심과 국가차원의 로드맵 수립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 부과되어 있는 철강의 품목관세 50%를 당장 낮추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지난 트럼프1기 때에 철강관세를 쿼터제로 전환시키는 협상이 있었던 만큼, 정부와 기업이 한팀이 되어 실질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또 지난 8월 K-스틸법 국회 발의, 포항시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 등 다소 늦은감은 있지만, 더 늦기전에 철강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기자 : 포항시가 앞으로 발전 할 수 있는 성장동력은 무엇인가?
답변 : 포항은 오랜 기간 철강산업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어온 도시다.
따라서 탄소중립, AI, 에너지 전환이라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기존 철강산업의 고도화와 함께 이차전지, 친환경 에너지, AI 등 미래 신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R&D 인프라 확대, 지역 의과대학 설립,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 강화, 청년 인재 유입을 위한 정주 여건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철강·이차전지·수소·바이오·AI 등 신산업이 유기적으로 융합된 포항형 복합 클러스터를 조성하여, 지역 특화와 글로벌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기자 : 포항시가 이같이 침체된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답변 : 포항시 경기침체의 주요 원인은 주력 철강기업들의 공장 폐쇄와 가동 부진으로 인한 영향이 가장 크다. 또 국내외 수요산업 경기부진, 글로벌 공급과잉과 중국 저가제품 유입, 대미관세, 환경규제, 철강산업의 구조적인 측면 등 다양한 위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전체의 수출액은 전년 동월대비 1.8% 증가한 584억달러였다.
하지만, 지역 주력산업인 철강부문은 32.9%(1억 5,000만달러), 이차전지 부문은 23.7%(2억 2,500만 달러)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철강은 지난 3월 가장 먼저 품목 관세를 부과받은 뒤에도 감소 폭이 20%를 넘지 않았지만, 관세가 50%로 급등한 지난 6월(-25.9%)부터는 수출을 포기하는 기업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포항지역 '빅4' 철강기업이 낸 법인지방소득세는 2022년 967억원에서 2024년 154억원으로 급감하면서, 지자체의 재정악화는 물론 지역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자 : 과거 두 번의 부도 위기를 극복하며 회사를 이끌었고, ‘인사가 만사다’라는 경영철학으로 인재를 귀하게 여긴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답변 : 기업의 위기는 결국 사람이 극복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좋은 인재를 끝까지 지켜야 야만 기업이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제가 직접 체험한 진리이다. 인재를 존중하고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면, 기업뿐 아니라 지역 전체도 함께 살아난다. 지금 포항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결국은 사람과 인재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 포항 시민들께 드리는 약속
기자 : 마지막으로 포항 시민들께 한 말씀 부탁드린다.
답변 : 더욱 낮은 자세로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경청을 통해 소통하고, 지역 구성원들과의 화합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이지만, 경북도, 포항시, 지역국회의원들을 비롯한 유관기관·단체들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경제단체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
우리 포항은 앞으로도 경북 제1의 도시이자 철강과 이차전지의 핵심도시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 중심에는 항상 우리 기업인들이 중심이 되고 있으며, 지역사회와 함께 양적·질적인 성장을 일궈가고 싶다. 앞으로도 포항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나주영 회장은 지난해 3월 포항상공회의소 제25대 회장으로 만장일치 추대되었고, 임기는 2027년 3월까지이다.
나 회장은 현재 제일테크노스 회장으로,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과 포항시체육회장 등 지역의 여러 직책을 역임하며 지역 경제 발전과 사회 공헌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특히, 과거 두 번의 부도 위기를 극복하며 회사를 이끌었고, "인사가 만사다"라는 경영 철학을 강조하며 인재를 귀하게 여긴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 회장은 포항을 "자신을 존재하게 해준 곳"이라 여기며 지역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포항상공회의소 회장 취임 후, 나 회장은 철강 산업 외에 이차전지 및 바이오 분야와 같은 신사업으로의 산업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포항시와의 협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기업의 목소리가 빠르게 반영될 수 있는 민·산·관(민간, 산업, 관) 소통 체계의 정례화를 강조하고 있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