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완화' 등 정부의 양대 지침이 본격 시행되면서 정부와 노동계 간 갈등이 기업의 일선 현장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양대 지침이 일선에 정착하기 위한 후속조치가 2월 중 일선 사업장에 시행될 경우 오는 3월부터 시작되는 노사간 단체교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박근혜 정부 들어 최악의 '춘투'(春鬪)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26일 "지난해 하반기부터 많은 사업장들이 공격적으로 양대 지침 도입을 제기한 상태"라며 "오는 3월 노사간 단체교섭이 시작되면 사측에서 선제적으로 양대 지침 적용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전국 사업장마다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완화를 골자로 한 양대 지침에 대해 노동계는 쉬운 해고가 가능한 '노동 개악'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해고를 쉽게 하고, 노동자에 불리한 임금체계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게 한 만큼 사실상 "노동재앙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양대 지침 조기 정착을 위한 후속 조치에 나서긴 했지만 실제 현장에선 신중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아직은 지침 운영에 대한 뚜렷한 변화가 드러나지 않는데다, 사측 또한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측의 경우 이미 입법단계에서부터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어서 노동계와 정부 간 갈등이 일선 사업장으로까지 번져 기업 운영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업 입장에선 오는 3월부터 시작되는 노사간 단체교섭까지 최대한 시간을 벌면서 양대 지침 후폭풍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어차피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완화의 경우 사측이 개별 노동조합과 협상을 통해 현장에 정착시켜야 하는 만큼 굳이 서둘러서 손해볼 게 없다는 계산인 셈이다.
문제는 공공기관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운용 중이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성과연봉제 확대 시행, 저성과자 퇴출 가이드라인 등도 조만간 추진될 전망이다.
정부는 대기업, 주요 중소기업 등 핵심 사업장 1150곳을 지도해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도 유도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오는 28일 열리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지만, 공공기관처럼 민간기업을 상대로 논란이 있는 임금피크제를 정착시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더욱이 양대 지침 시행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은 매우 거세다. 한국노총은 오는 3월까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관련한 현장 대응 방안 지침을 시달하고 대응팀을 구성했다. 노동조합 미가입 사업장을 위한 노동조건 개악신고센터도 설치했다.
민주노총도 2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오는 30일 서울에서 양대노총이 연대한 대규모 집회도 예고된 상태다. 지난 1997년 이후 19년 만에 양대 노총이 연대투쟁에 나설 경우 4월 총선과 맞물려 최악의 춘투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지금이야 서로 눈치보고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 단체교섭을 해야 할 시기가 되면 노사 협상 테이블에서 양대지침이 핵심 메뉴가 될 것"이라며 "따라서 이번 봄은 현 정부 들어 가장 거센 노동계의
반발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