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여 산<자유기고가> 지구가 앓고 있다. 고열로 시달리는 중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지구도 열이 오르는 게 큰 문제다. 지구의 열병은 치료할 의사가 없고 오래 앓은 열병은 정상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심각한 상태다.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멈춘다고 해도 이산화탄소의 일부는 수백 년 동안 대기에 남게 된다. 산업혁명 이전 보다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이상 올라가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 인류가 극복할 수 없는 사태가 ..
정 여 산<자유기고가> 지방선거가 끝났다. 대통령 선거에 이어 지루하게 펼쳐지던 좌우, 보수 진보 내전(?)이 잠시 휴식기를 맞았다. 지켜보는 국민들도 지쳤다. 일단은 여당의 승리다. 기초단체장 226석중 국민의힘이 145석을 차지(64.2%)했다. 국회의원 보궐선거 7곳중에서 5곳을 획득했다.이재명 의원이 이후 국정 운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지는 지켜볼 일이다. 윤석열 정권은 국민 지지에 힘입어 안정적 국정운영에 필요한..
정 여 산<자유기고가> 작은 수술을 받았다. 어떤 이유, 관점에서 ‘작은’인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말하게 된다. 전신 마취가 아닌 국소 마취라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다. 진료를 마친 의사가 ‘어떻게 해드릴까요?’라고 물었고 제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의사가 보기에는 그대로 둬도 되었나 굳이 환자인 내 입으로 제거해 달라는 말을 하게 했을 지 궁금했다.수술 가운을 입고 링거 바늘을 꽂고 베드에서 대기하는 동안은 누구나 긴장이 된다. ..
정 여 산<자유기고가> 무한 반복 일상이 따분하고 지칠 때 사람들은 일탈을 시도한다. 늘 하던 것에서 탈피하기, 혼자서 벗어나기를 꿈꾼다. 일탈(逸脫)이든 일탈(一脫)이든 무엇에서 해방된다는 의미다. ‘풀리지 않는 난제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소란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홀로 고요하고 싶을 때, 예기치 못한 마주침과 깨달음이 절실하게 느껴질 때 매순간 우리는 여행을 소망한다’(김영하, 여행의 이유)루틴이란 편하긴 하지만 지..
정 여 산<자유기고가> 혁명가를 꿈꾸던 시기가 있었다. 뜨거운 가슴과 젊은 눈에는 세상을 바꿔야만 할 것 같았다. 나훈아가 소크라테스 형에게 묻고 있는 ‘세상이 왜 이래’는 일찌감치 내가 하고 있던 물음이다. 교회를 다니며 선과 악, 정의와 불의의 관점으로 인간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생명을 던져 인류를 구원한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 사건은 역사상 최고의 혁명이다. 알 파치노가 악당(따지고 보면 같은 부류인데 더 못..
정 여 산<자유기고가> 잔인한 4월을 보내고 맞은 5월 첫 날 잔인한 소식이 날아 들었다. 신속항원검사 양성 반응 코로나 확진이다. PCR 검사를 해 보면 결과가 바뀔 것 같은데 서둘러 판정을 때려 버리는 관계 당국 처사가 괘씸하다. 약은 공짜로 주고 먹고 안 나으면 더 지어준다고 한다. 3차 부스터 샷에 독감 예방주사까지 네 차례에 걸쳐 독을 주입했으니 면역체계가 갖춰졌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필 정부 방역지침 풀리는 날에 걸..
정 여 산<자유기고가> 몇 해 전 마르크스 출생 200주년이라 하길래 ‘공산당 선언’을 훑어보았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유럽에 떠돌고 있다’로 시작되는 이 글은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로 마무리된다. 단결한 노동자들은 행동하고 투쟁하고 교섭하기 시작했다. 1886년 8만여명의 시카고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총파업한 날이 5월 1일 바로 메이데이 노동절이다. 우리나라는 노동절을 일제 탄압에 항거하는 날로 삼았으며..
정 여 산<자유기고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섞으며, 봄비로 생기 없는 뿌리를 깨운다’. 부활 신앙과 재생 기쁨을 상실한 서구 문명의 비극성을 노래한 TS 엘리엇 ‘황무지’. 한국 현대사에서 자주 회자되어 온 서사시중 하나다.4월에 유난히 역사적 비극이 많다. 제주도 양민 학살(3일), 세월호 침몰(16일), 김주열군 얼굴에 박힌 최루탄이 국민적 분노로 이어진 4.19 혁명(..
정 여 산<자유기고가> ‘내가 살아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최승자 시 ‘이 시대의 사랑’ 한 대목이다. 이 한 구절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시인은 삶과 문학, 구원을 향한 격렬한 ‘앓이’를 하고 있다. 수년 전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그가 포항의료원에 입원중이라는 내용을 확인하고 바로 면회를 신청해 보았다. 일가 친지가 아니면 면회가 불가능하다는 정신병동이다. 사촌 동생이나 조카라고 소개할 것을 그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