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 4강 영웅이자 대선배의 갑작스러운 영면 소식에 2022 카타르월드컵 2차예선 스리랑카전을 앞둔 벤투호와 2020 도쿄올림픽 본선을 준비하는 김학범호도 슬픔에 빠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9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스리랑카와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5차전을 치른다. 지난 5일 투르크메니스탄을 5-0으로 대파한 한국은 3승1무(승점 10·골 득실 +15)로 레바논(승점 10·골 득실 +5)과 승점이 같지만 골 득실에서 크게 앞서며 조 선두를 지켰다.
화끈한 공격 축구로 기분 좋게 출발한 벤투호지만, 스리링카전을 하루 앞둔 대표팀 분위기는 차분했다.
어제 저녁 유 전 감독의 영면 소식을 접한 대표팀은 평소보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 경기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투호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보르도), 이재성 등 대표팀 선수들은 이날 오전까지 인스타그램 등에 유 전 감독을 추모하는 사진이나 글은 남기지 않은 상태다.
월드컵 예선이 진행 중인 만큼, 스리링카전 경기를 통해 대선배를 추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협회도 "스리랑카전에서 유 전 감독을 추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경기 전 묵념 또는 검은 완장 등을 찰 가능성이 크다.
손흥민 등 대표팀 선수들의 조문은 불가능하다. 이번 월드컵 2차예선이 '버블' 방식으로 치러져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정해진 장소 외에는 이동할 수 없다. 오는 12일과 15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가나와 두 차례 평가전을 앞두고 지난달 31일 서귀포에서 소집한 김학범호도 분위기는 다르지 않았다. 올림픽대표팀 관계자는 "선수들이 말이 없어졌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학범호에는 '날아라 슛돌이' 시절 사제 간인 이강인(발렌시아)이 소집돼 있다. 유 전 감독은 2007년 7살 이강인의 축구 스승이었다. 평소 올림픽 대표팀에서 활발한 소통을 이어오던 이강인도 유 전 감독의 타계 소식을 접한 뒤 침묵 속에 다가올 평가전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제주도를 떠날 수 없는 김학범호는 이날 오후 예정된 공식 훈련에서 유 전 감독을 추모하는 묵념을 할 예정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