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11일 당내 대선후보 본경선 일정에 들어가면서 당세가 가장 저조한 호남을 먼저 공략했다.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 후보 등 당내 대선주자들은 이날 보수 지지층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험지'인 호남을 먼저 찾아 외연확장 의지를 드러냈다. 본경선 흥행과 직결되는 첫 권역별토론회를 여권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시작한 것도 이 같은 당 지도부의 의중과 무관치 않다.
민주당이 경선 일정을 마무리짓고도 일부 후보들 간 '무효표 취소' 논란으로 자중지란을 겪으면서 당내 논란이 가열되자, 국민의힘은 이에 실망한 호남민심의 틈을 파고들기 위해 5·18민주화 정신 계승을 외치는 등 민심 다지기에 공을 들였다.
이준석 당대표는 이날 원희룡 전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함께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지난 8월 5·18묘지를 참배한 홍 의원은 이날 다른 비공개 일정을 소화했다.
이 대표와 후보들은 참배단 앞에서 헌화·분향하며 민주열사의 넋을 기렸다. 방명록엔 5·18정신을 이어받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표는 "광주의 영령앞에 이제 국민의힘은 하나된 모습으로 항상 한결 같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대선후보들도 "나라의 위기마다 앞장선 의로운 고장 광주 5·18 정신을 대한민국 헌법 전문 앞머리에 올리고 국정운영에 호남과 함께 중심에 서겠습니다(원희룡)", "5·18 지사님들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민주의 나라를 만들겠습니다(유승민)", "아! 5·18 잊지 않겠습니다(윤석열)"라고 썼다.
국립5·18민주묘지 입구 주변에서는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의 '국민의힘 참배 반대' 시위와 윤석열 지지자들의 지지호소 시위가 동시에 벌어졌지만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선 '친(親)호남' 발언과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차가운 비판이 쏟아졌다.
이 대표는 "어느 때보다 호남 유권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후보 4명이 4강에 진출했다"면서 "젊은 시절 학생운동하며 독재와 맞선 후보, 대선 패배 후 홀로 조용히 광주를 찾은 후보, 사모님이 호남 출신이라 별칭이 '호남의 사위'라는 후보, 학생시절 모의재판에서 독재자에게 중형을 구형한 후보"라고 원희룡, 유승민, 홍준표, 윤석열 후보를 소개하며 "내놓기 부끄럽지 않은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유 전 의원은 "저는 그동안 호남에 늘 진정성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광주 군공항 이전 사업은 대구 통합신공항 사업을 해봤던 제가 책임지고 끝낼 수 있다고 광주시민들께 말씀 드린다"며 "이재명 지사가 계속 특검, 국정조사를 거부하는데, 그 자체가 이 지사 스스로가 결코 떳떳하고 깨끗하지 못한 걸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최근에 호남 당원들이 급증했고, 또 호남에서 홍준표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머리숙여 감사드린다"며 "마지막 경선에서 대장동 비리의 주범인 이재명 후보가 28%, 이낙연이 63%,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민주당 자체에서도 대장동 비리의 주범은 대선에 내보낼 수 없다는 정확한 의사표시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5·18 정신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저항한 정신으로 그래서 늘 진행중이고 끝날 수 없는 것"이라며 민주당을 겨냥해 "법과 상식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과연 그 정당이 5·18 정신을 독점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 광주 시민들께서 다시 한번 생각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원 전 지사는 "대학을 간 이후 광주 5·18 진실을 알고 나서 20대 청춘 모두를 민주화 운동에 바쳤었다"며 "30대 젊은 나이로 보수정당 개혁위해 한나라당 들어간 이후 호남과 지역 구도 깨고 함께 할 수 있는 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원 전 지사는 이날 5·18민주광장에서 이준석 대표의 '이재명 대장동 게이트 특검 촉구' 1인 시위에도 동참했다. 원 전 지사는 "이재명 후보가 부동산 개발 부패의 몸통이자 수괴라는 것을 팩트와 증거를 가지고 증명하겠다"며 "이재명 후보가 추진력과 약자편이라는 가짜 가면을 철저히 부숴서 국민들께 정체를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5·18민주광장~전남대 후문까지 대장동 게이트 특검을 촉구하는 도보 1인 시위를 벌였고, 대선후보 4명은 이날 저녁 광주에서 열리는 본경선 첫 권역별 토론인 광주·전북·전남 합동토론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호남 일정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