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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돈맥경화 뚫는다’ 경북투자금융 설립 추진..
경북

‘돈맥경화 뚫는다’ 경북투자금융 설립 추진

이경미 기자 dlruda1824@hanmail.net 입력 2026/05/13 18:05 수정 2026.05.13 18:06
핵심 어젠다 ‘전환과 연결’
고질적 투자부족 구조 타파

경북도는 13일 경북도청 사림실에서 ‘경상북도 투자금융주식회사 설립 추진 간담회를 열고, 지역 공공투자기관 설립을 위한 전문가 논의를 본격 가동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양금희 경제부지사를 비롯해 지역활성화투자개발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iM 뱅크 등 공공 투자금융 전문가들이 모였다.

▶경북에 기업과 기술은 있지만 자본은 없다.

양 부지사는 모두 발언에서 경북 기업이 처한 현실을 직접적으로 짚었다. “구미, 경산, 영천, 포항 등 전 시·군에서 기업인들이 찾아온다. 공장에 가보면 기술도 있다. 그런데 이분들이 찾아오는 이유는 똑같다. 결국 돈을 못 구하겠다는 것”이라며 경상북도 투자금융주식회사 설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국 벤처캐피탈(VC)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에서 광역시도 아닌 경북에는 사실상 VC 유입이 없다는 것이 도의 분석이다. 한국모태펀드의 ’24년도 지역별 신규 투자실적에 따르면 서울이 1조 2,739억원, 대전이 1,800억원인 반면 경북은 866억원에 불과하다. 면적으로는 광역 1위이지만 투자 규모는 대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 또한 “보조금은 기업을 살아남게만 할 뿐 키워내지는 못한다”면서 “기업이 성장하려면 투자가 필요한데, 투자자들은 그냥 경북에 오지 않는다. 경상북도가 직접 첫 번째 투자자가 되어 리스크를 분담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투자금융주식회사 … 참고는 될 수 있지만 사정은 달라

이날 경제혁신추진단에서는 경북 투자금융株 설립방향을 발표했다. ’24.12월 전국 최초로 출범한 대전 투자금융株를 참고할 수 있겠으나 경북만의 모델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담겨있었다. 대전 투자금융株는 자본금 500억으로 설립되어 ’26.1월 첫 출자사업을 공고하였다.

대전은 대덕연구단지를 기반으로 한 R&D 중심의 딥테크 스타트업 도시이다. 벤처기업 중 R&D 유형 비중이 27.3%(전국 평균 18.0%)에 달하고 창업기 기업 비중도 높다. 반면 경북은 광·제조업 비중이 41.4%(전국 평균 23.0%)로 포항, 구미, 경산, 영천 등 권역별로 분화된 전통 제조 중소·중견기업이 주력 산업군이다. 인재 유치 측면에서도 여건이 다르다. 수도권 청년의 85%가 세종·대전 아래로는 취업하지 않겠다고 응답하는 상황에서 경북에 본사를 둔 투자기관이 검증된 투자심사역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경북형 투자금융의 방향 … ‘전환’과 ‘연결’

경북도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경북 투자금융株가 가져야 할 두가지 핵심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는 ‘전환’이다. 경북 제조 중소기업 창업자의 평균 연령이 60대 이상인 현실 속에 경북 투자금융株는 제조 강소기업의 전환과 도약을 지원하는 투자기관으로 설계될 전망이다. 가업 승계 국면에 있는 기업에는 지분 일부를 인수해 성장 후 회수하는 방식으로 자본을 지원하고, AX 과정에 발생하는 매출 공백기에는 전환 구간 전용 메자닌 투자로 대응하는 등 수도권VC나 시중은행에서 관심을 갖지 않지만 경북 산업의 체질 개선에 필수적인 영역을 채워주겠다는 구상이다.

둘째는 ‘연결’이다. 양 부지사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옛말을 인용하며 ‘한 기업을 키우려면 온 금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경북 투자금융株는 경북신용보증재단, 시중은행, 기·신보 등 정책금융기관과 역할을 분담하는 ‘그레이존 해소자’로 설계된다. 예컨대 기술만 있고 담보가 없는 기업에는 IP 발굴 비용을 지원하여 특허를 출원한 뒤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술 보증과 시중 은행의 운전자금 대출을 순차적으로 집행하는 협업모델이 제시되었다. 경상북도는 이미 시중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의 지역 본부로 구성된 「경상북도 정책금융 협의체」를 운영 중인만큼, 경북 투자금융株가 이 협의체와 긴밀하게 연계되는 구조를 설계한다는 구상이다.

▶‘마중물’ 역할 – 기반 산업 PF로 지역 경제 파급효과를 창출

경북투자금융株의 역할은 개별 기업에 대한 투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지역 기반산업 시설에 대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에 마중물 자본으로 참여함으로써 고용 창출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직접 견인한다는 구상도 논의됐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반도체 파운드리와 로봇 파운드리 같은 첨단 기반시설 조성 PF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경북에 반도체 파운드리 시설이 들어서면 소재·부품·장비 벤더사, 엔지니어링 인력, 물류·서비스 등 전후방으로 파급효과가 확산된다. 구미의 반도체·전자 산업 기반, 포항의 철강·소재 인프라, 경산·영천의 자동차 부품 클러스터 등 경북이 보유한 권역별 제조 자산은 이 같은 PF 기반시설의 입지 여건으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는 평가다.


경북이 보유한 관광자원을 활용한 고급 호텔·리조트 PF 사업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민간 금융기관이나 수도권 VC가 리스크를 이유로 참여를 꺼리는 초기 PF 구간에서 경북 투자금융株가 앵커 투자자로 나서면, 리스크가 완화되어 민간 자본이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경북도의 판단이다. 경북이 직접 첫 번째 투자자가 되어야 민간이 따라온다는 양 부지사의 문제의식이 PF 영역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생태계에도 투자 – 수도권 VC에게는 ‘비용’에 불과


경북도는 투자기관의 역할을 단순한 자금 공급에 그치지 않고, 지역 투자 생태계 조성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VC에게 판로 개척 지원, 기업·인력간 네트워크 조성, 세미나 개최 등 정보 제공은 돈 안 되는 ‘비용’에 불과하지만, 경북투자금융株 관점에서는 경북의 투자생태계가 두터워질수록 기대수익이 높아지는만큼 ‘필수적으로 해야하는 투자’인 것이다.

투자금융株가 중간에서 신용 보증 역할을 수행하는 기업간 B2B 매칭데이, 대기업 구매담당자를 초청한 쇼케이스 개최, ‘경상북도 투자금융株 투자기업’으로 브랜딩한 해외 전시회 공동 출전, 경북 기업인 LP(유한책임조합원) 유치 등의 아이디어가 제시되었다.

경상북도는 이번 간담회에서 나온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경북 투자금융株의 설립방향과 운영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양 부지사는“오늘 이 자리에 투자금융 전문가와 경북 전문가가 모두 모였다”고 “두 전문성이 만나 경북에 실제로 뿌리내릴 수 있는 기관을 설계해달라”며 폭넓은 협업을 당부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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