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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윤석열, 쇼는 안합니다…5·18 ‘반쪽 참배’..
정치

윤석열, 쇼는 안합니다…5·18 ‘반쪽 참배’

뉴시스 기자 입력 2021/11/10 18:27 수정 2021.11.10 18:28
2분 거리 20분 걸려…“머리 숙여 사과”
10일 오후 광주 북구 5·18 민주묘역을 찾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방문을 반대하는 시민들에 막혀 묘역 근처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뉴시스
10일 오후 광주 북구 5·18 민주묘역을 찾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방문을 반대하는 시민들에 막혀 묘역 근처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뉴시스
10일 오후 광주 북구 5·18 민주묘역을 찾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방문을 반대하는 오월 어머니회 등 광주지역시민단체의 항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10일 오후 광주 북구 5·18 민주묘역을 찾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방문을 반대하는 오월 어머니회 등 광주지역시민단체의 항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 사과' 논란을 사과하기 위해 광주를 찾아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았으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반쪽 참배'에 그쳤다.


윤 후보는 10일 오후 4시18분께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앞 민주의 문에 들어섰다.


윤 후보는 민주의문 방명록에 '민주와 인권의 오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라고 적은 뒤 동행 당직자, 수행원, 지지자와 함께 5·18민중항쟁 추념탑까지 걸음을 뗐다.
그러나 도착 직후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단체와 시민단체, 대학생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이들은 손팻말을 들고 윤 후보 일행의 앞을 가로막으며 "윤석열 나가라", "왜 왔어요", "쇼 합니까", "사과하세요"를 외쳤다.


윤 후보 일행은 항의 단체와 지지자, 경찰, 취재진 등 인파에 둘러싸여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지지자들은 국화를 들고 후보를 뒤따랐다. 한 지지자는 참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자 "경찰은 뭐하느냐"며 거센 언행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추념문 앞 계단에서는 안전 상의 이유로 잠시 발걸음을 멈춘 뒤 경찰과 수행원들이 진로를 확보했다.


민주의 문부터 공식 헌화·분향 장소인 추념탑 앞까지는 161m, 통상 걸어서 2분 정도 걸리지만, 윤 후보 일행은 20분동안 추념문과 추념탑 사이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참배단까지는 불과 20m 거리였지만, 결국 일정 등을 이유로 윤 후보 일행은 제 자리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여 묵념했다. 헌화·분향은 생략됐다.


참배를 마친 뒤 윤 후보는 6~7걸음 가량 앞으로 나와 사죄문을 낭독했다. 윤 후보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제 발언으로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저는 40여 년 전 오월 광주시민들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눈물로 희생한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광주의 아픈 역사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됐고 광주의 피가 민주주의를 꽃피웠다"고 말했다.
또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오월 광주의 아들이고 딸이다. 지켜봐달라. 여러분께서 염원하는 국민 통합 반드시 이뤄내고 여러분이 쟁취하신 민주주의를 계승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곧바로 사죄문을 호주머니에 넣은 윤 후보는 60도 가량 허리를 굽혀 사죄의 뜻을 전했다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논란이 불거진 지 22일 만의 사과다. 비록 '반쪽짜리'였지만, 이날 오월영령 참배는 국민의힘 입당 전인 지난 7월17일 첫 방문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윤 후보 일행 앞을 막아선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단체와 오월어머니,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 대학생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추념탑 앞에서 '참배 반대' 연좌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윤 후보의 "사과 방문은 정략적 보여주기 쇼"라고 평가 절하하며 오월영령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가짜 사과 필요없다!', '학살자 찬양 가짜 사과 전두환과 다를 게 없다!'라고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며 윤 후보의 반민주·반인권의식을 강하게 규탄했다. 결국 이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윤 후보 일행은 추념탑 앞 공식 참배는 하지 못했지만, 일각에서 우려했던 계란 투척 또는 격렬한 몸싸움은 빚어지지 않았다. '욕하지 맙시다. 계란을 던지지 맙시다. 자작극에 말려들지 맙시다' 등 감정적 대응 자제를 당부하는 손팻말도 눈길을 끌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달 19일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갑 당협사무실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해 거센 논란이 일었다.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에 대해 "그 누구보다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으나 이후 반려견에게 사과를 건네주는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 올라오면서 비판에 직면했다.


논란이 커지자 윤 후보는 당내 경선 전 광주에 사과 방문하려 했으나, 지역 여론 반발에 부딪혀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된 직후 첫 지방 일정으로 이날 광주를 찾았다.
윤 후보는 이날 5·18민주화운동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에 앞장섰던 '시대의 의인' 고(故) 홍남순 변호사의 전남 화순 생가를 찾아 유족들과 차담을 나눴다. 이어 5·18항쟁 당시 옛 상무대 영창이었던 5·18자유공원을 방문해 '사과 행보'를 이어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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