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대통령 정무특보 발언에 현역의원들 '초조'
새누리당 친박(親朴)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상현 대통령 정무특보가 지난 15일 "내년 총선 공천은 청와대가 주는 게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주는 것"이라며 "(대구 경북의) 현지 분위기는 매우 힘든 것으로 듣고 있다"고 한 발언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그렇지 않아도 공무원연금 특위를 둘러싼 국회법 파동의 후폭풍이 대구경북을 휩쓸고 잇는 가운데 박 대통령의 측근이 공개적으로 내년 총선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한 셈이어서 이 지역 새누리당 현역의원들은 좌불안석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박 대통령의 지난 8월 대구경북 방문 당시 이 지역 새누리당 현역 의원 전원에 대해 내린 '금족령'을 계기로, 상당수 의원들이 내년 총선 공천에서 탈락 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국회법 파동의 주역인 유승민(대구동을) 의원과 유 의원을 지지 또는 동조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유승민 키즈'로 5~6명의 이름이 나돌고 있다.
심지어 대구에서는 현재 12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3선의 주호영 전 정책위원장과 2선의 조원진 원내 수석부대표를 제외한 10명이 모두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란 설이 파다하다.
경북도 대구보다는 덜하지만 대대적 물갈이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선거구 획정으로 최대 2석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데다 윤 정무특보가 말한 '매우 힘든 현지'가 대구와 함께 경북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에서의 박 대통령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이 때문에 김무성 대표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한다는 '오픈프라이머리'의 실현가능성을 가장 낮게 점치는 지역이 대구경북이다.
'대통령의 눈 밖에 나면 죽는다'는 것이 정치 금언이 되다시피 한 대구경북의 새누리당 현역의원들은 새로운 정치신인들의 거센 도전과 함께 역대 최대 폭의 물갈이론 사이에 끼인 2중고를 겪고 있다.
새누리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요즘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의원들의 심기를 '나 떨고 있니'로 표현하고 있다"며 "그간 우리 당이 여당과 야당을 모두 거쳤지만 지금처럼 현역의원들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처음 겪는다"고 말했다. 김흥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