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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안혁모의 연기선생 曰]발견의 위대함..
사회

[안혁모의 연기선생 曰]발견의 위대함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9/22 15:38 수정 2015.09.22 15:38

 (C.A.S.T. by iHQ 연기 아카데미 원장)
 필자는 하늘을 참 좋아한다. 특히 아침밥을 먹을 때마다 주방 쪽으로 난 작은 창을 통해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습관처럼 즐긴다.
하늘이 맑고 깨끗하면 그날따라 내 기분도 상쾌해지고, 하늘이 흐리면 내 마음도 무거워진다.
때론 그 하늘은 어제와 같은 하늘인데 내 마음에 따라 하늘빛이 다르게도 보이기도 한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필자는 매일 아침 자가운전으로 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로 출근한다. 늘 교통체증 탓에 한 시간 넘게 걸리는 출근 시간이 마치 서너 시간 걸리는 것처럼 지루하고 힘들게 느껴진다.
몇 해 전 어느 날 헌릉IC에서 나와 구룡터널로 올라가는 경사로에 차가 멈춰 있을 때였다. 우연히 올려다본 하늘이 어쩌면 그렇게 아름다운지….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특별한 날도, 특별한 장소도 아니었고 하늘을 처음 본 것도 아니었는데 그 순간의 하늘은 필자에게 대단한 발견이었고, 그 발견은 어린 시절 세뱃돈을 받는 것보다 더 기쁘게 다가왔다.
그때까지 살아오는 동안 수없이 많이 하늘을 바라봤으나 내겐 그저 하늘일 뿐이었다. 어떠한 감동도, 의미도 주지 못하는 일상의 한 부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날의 발견 이후 하늘은 내 가슴에 다른 의미로 새겨졌다.
아니 어쩌면 나는 훨씬 이전부터 그 하늘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어릴 적에 산을 보시면서 감탄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은 당시의 나로서는 아무리 애를 써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산이든, 바다든 그냥 늘 똑같이 존재하는 것인데 어른들은 왜 거기에 감동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의 내가 그때의 아버지 나이가 된 것이다. 감동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내 아이들에게 “하늘을 봐라” “산을 봐라”고 이야기하지만 아이들도 역시 내 어릴 적 반응처럼 시큰둥하기만 하다.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선 나이에 새삼 찾아온 발견에서 고은 시인의 ‘그 꽃’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보지 못한 / 그 꽃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니 나무도 보이고 풀도 보이고 꽃도 보이고, 만나는 모든 자연의 모습들이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침대에서 눈을 뜨면 하늘을 보고 가끔 교통이 정체돼 차가 멈췄을 때 휴대폰을 들어 하늘을 담기도 하는 습관이 생겨났다.
왜 진작 이런 아름다움을 알지 못했을까. 마치 내일이면 세상을 하직할 운명인 것처럼 사무실 밖으로 나가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간다.
가을로 들어선 요즘은 하늘을 예찬하기에 더욱 좋은 모습이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마저도 어쩌면 그렇게 하얗고 눈부신지, 온갖 미사여구를 다 동원해도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일상에서의 짧은 발견의 시간이 모든 피로와 근심으로부터의 휴식의 시간이 돼 새로운 에너지를 생겨나게 한다.
바쁘고 힘들수록 하늘을 보며 큰 숨 한번 들이켜 보자. 이 글을 읽고 동감한다면 당신도 필자처럼 곧 일상에서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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