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S.T. by iHQ 연기 아카데미 원장
연기 선생으로 지내다 보면 연예기획사와 관련한 상담을 하게 된다. 그럴 때 연기자 지망생이나 신인 연기자들에게서 이런 이야기들을 자주 듣는다.
“그 회사는 스타 연기자가 누구누구 있어요, 신인 연기자는 몇 명이죠. 그렇게 신인 연기자가 많으면 저한테 관심도 안 갖고 방치하지 않을까요?”
“저랑 나이와 이미지가 겹치는 신인들이 여럿 있네요. 회사 안에서도 경쟁이 심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회사는 별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네? 신인이 없다고요? 신인연기자가 저 혼자뿐이라면 왠지 부담스러운 느낌이 드는데…. 다들 잘 나가는 선배들 틈에서 내가 잘 못하면 금방 쫓겨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제작사, 기획사, 광고에이전시에 혼자 프로필 사진 돌리러 다니느라 너무 힘들고 현장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불편해 무조건 회사가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시작하는 신생회사이지만, 믿고 함께하기로 했어요. 괜찮겠죠?”
“저를 회사에 영입한 매니저 형이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한다고 하네요, 회사를 생각하면 남아야할 것 같고 사람을 보면 따라 나가야할 것 같은데…. 저는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까요?”
스타연기자가 몇 명이냐고 묻던 이는 스타병이 걸려 한 방에 뜨려고 하는 마음으로 이 회사 저 회사 기웃거리며 관계자들과 친분만 쌓다 연기자로 본격적인 시작도 못해보고 꿈을 포기했다.
관심과 지원의 독점을 부담스러워하며 복에 겨운 소리를 하던 이는 아직도 사서 고생하고 있다.
검증도 안 된 신생회사에 들어간 이는 회사로부터의 경제적인 지원이 거의 없어 부모님 차로 촬영 현장을 오가며 지낸다. 회사에 들어가고 달라진 점이라면 그전엔 고생을 혼자 하다 지금은 매니지먼트 업무를 갓 시작한 신참 매니저와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니저 한 명보다 튼튼한 회사를 보고 잔류했으나 어느 누구도 그를 눈여겨보지 않아 끈 떨어진 연처럼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상태다.
사람의 일이라는 것이 어느 방면에서나 비슷하다고 하지만, 연예계 일은 더더욱 쉽지 않은 일로 느껴진다. 며칠 전 필자가 연기를 가르치는 학원 제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연기파 스타 연기자 여러 명이 소속된 S매니지먼트사 김모 대표와 자리를 했다. 그 제자의 평생소원이 S사 대표를 만나는 것이라는 말이 인상적이기도 했고, 평소 그의 노력과 실력이 아까워 도움을 주고 싶던 차에 소원 운운하는 말까지 듣게 돼 김 대표를 만나게 해 주겠노라 약속했다. 이후 김 대표와 우연히 만나 약속을 잡고 두 사람을 소개하게 된 것이다.
그 자리에서 김 대표는 “회사가 연기자를 영입하는 것은 계약된 기간만큼은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므로 책임질 수 없다면 절대로 영입하면 안 된다. 소개한 분과의 관계와 입장도 무시할 수 없고, 처음 만난 이 자리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앞으로 자주 만나보자. 그러면서 기회를 만들어 작은 역할로 작품에 출연하며 현장 반응도 살펴보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확인한 이후 결정하면 좋겠다. 내가 대표라지만 실수하지 않기 위해 혼자 결정하지 않겠다. 가져 온 프로필 사진과 자기소개서, 활동기록을 담은 동영상자료를 회사 실무진과 함께 충분히 검토해 결정하고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신인 연기자 한 명을 영입하기 위해 번거롭고 수고스럽지만, 책임지거나 또는 책임지지 않기 위해 신중 기하겠다는 뜻이다.
선택과 결정이 너무도 가벼워지기도 하거니와 무책임해지는 요즘 세상에 오랜 기간 동안 이 업계에서 덕을 쌓아 온 김 대표의 믿음직스런 모습에서 제자도 필자도 끌리는 이유는 시원스런 말솜씨가 아닌 그동안 그가 지나온 궤적이 그의 말과 일치함을 느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