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우리들 사랑도 속절없이 저물어
가을날 빈 들녘 환청같이나지막히 그대 이름 부르면서스러지는 하늘이여
버리고 싶은 노래들은 저문강에쓸쓸히 물비늘로 떠돌게 하고독약 같은 그리움에 늑골을 적시면서실어증을 앓고 있는 실삼나무
작별 끝에 당도하는 낯선 마을어느새 인적은 끊어지고못다한 말들이 한 음절씩저 멀리 불빛으로 흔들릴 때
발목에 쐐기풀로 감기는 바람바람만 자학처럼 데리고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