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샤오셴 감독, 한국영화계에 조언
"영화제는 시각적인 효과를 통해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작품이 상영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잡음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과정이겠죠. 부산영화제는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제입니다."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자객 섭은낭'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만의 거장 허우샤오셴(68) 감독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인 본인의 영화에 관해서 설명하는 것 외에 아시아 영화계를 이끌어가는 거장으로서 한국영화계를 위해 조언도 잊지 않았다.
허우샤오셴 감독은 "대만 금마장 시상식도 정치적인 요소가 개입돼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대만 영화인들이 힘을 모아 영화계를 지켜냈다"며 "부산국제영화제의 발전이 아시아 영화에 대한 응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영화 '다이빙벨' 상영으로 시작된 논란이 올해 초까지 이어지며 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 사퇴압박설이 나도는 등 안팎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허우샤오셴 감독도 이 일을 알고 부산영화제를 격려한 것이다.
허우샤오셴 감독은 2004년 부산영화제로부터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받으며 처음 부산을 찾았다. 거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참석했던 때가 생각난다"며 "개막식에 늦게 돼 헬리콥터를 타고 부산에 왔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는 "그때 허우샤오셴 감독이 나를 보자마자 감자탕집을 추천해달라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허우샤오셴 감독은 세계가 인정한 거장이다. '비정성시'로 1989년 베니스국제영화에서 황금사자상, '희몽인생'으로 1993년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호남호녀'로 1995년 대만 금마장 감독상, '스리 타임즈'로 2005년 대만 금마장 최고대만영화상, 그리고 올해 5월 '자객 섭은낭'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명실상부 아시아 최고 감독이다.
대만 뉴웨이브 운동의 기수인 허우샤오셴 감독은 위 작품들을 포함해 '펑꾸이에 온 소년'(1983) '해상화'(1998) '카페 뤼미에르'(2003) 등 기억할 만한 작품을 꾸준히 남겨왔다.
'비정성시'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뽑은 '아시아 영화 100'에서 5위에 오르기도 했다.
허우샤오셴 감독은 이날 자리에서 영화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드러내며 젊은 영화인들을 격려했다. "내가 사람들에게 어떤 것을 보여줄 것인가, 내가 성장한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고, 또 어떤 비극적인 상황들이 벌어졌는지를 지식인으로서 바라봐야 한다"며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만 만들 게 아니라 관객이 알아야 할 것을 영화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