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경찰서 112종합상황실 상황팀장 경감 윤창호
"여자친구가 손목을 그어 피가 흐르는 사진을 찍어 보냈다.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연락이 왔다. 빨리 출동해서 여자친구를 구해 달라."
지난달 13일 밤 11시쯤 우리 경찰서 상황실에 접수된 112신고 내용이다. 여자친구가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는 신고자 말에 따라 당시 대기하던 경찰은 부리나케 출동 채비를 갖췄다.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하고 신고자가 보내온 사진 속 단서에 따라 일대 원룸과 숙박업소를 샅샅이 뒤졌다.
반나절 만에 여자친구를 발견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다. 신고자는 자신의 전 남자친구로 헤어진 후 집착이 심해지면서 일상생활을 방해했고, 이를 피해 멀리 경산까지 도망왔다는 게 여자친구 진술이었다.
결국 급박하게 받아들였던 신고는 남자친구가 예전 여자친구 행방을 찾는 데 경찰력을 사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허위신고'였던 셈이다.
전국 경찰이 일부 시민들의 허위·장난신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허위·장난신고 건수는 △2013년 7504건 △2014년 2350건 △2015년 현재 1천700여건으로 감소세에 있으나 처벌은 △2013년 188명 △2014년 478명 △2015년 현재 370여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허위·장난신고는 범죄다. 실제로 현행법상 허위·장난신고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형에 처해진다. 또 경범죄처벌법상 거짓신고죄로 60만원 이하 벌금 또는 구류·과료 형을 받을 수 있다. 사안에 따라서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책임도 지게 된다.
"집 앞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워주세요" "택시를 탔는데 차비 좀 빌려주세요" 등 안 그래도 불필요한 신고가 많아 경찰력이 소모되고 있는 현실에서 허위·장난신고는 개인을 넘어 사회혼란과 불안을 야기한다. 범죄와 관련 없는 민원신고를 처리하기도 급급한 와중에 허위·장난신고까지 겹친다면, 정작 경찰 도움이 절실한 국민들에게는 치안서비스가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다.
허위·장난으로 112 신고를 하기에 앞서 '한 순간 무책임한 행동이 선량한 대다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그 피해자는 당장 내 가족과 근처 이웃들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국민이 112 경찰에게 '일일이'(112) 다가가는 진짜 경찰력을 기대한다면 치안 정착과 아울러 사회적 비용 낭비를 막기 위해 국민 스스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유념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