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대구의 어떤 호텔에서 진드기가 나왔다는 뉴스가 떴다. 호텔에 묵은 일가족이 잠을 자다 따끔해서 눈을 떠보니 진드기였다는 것이다. 그것도 100마리가 넘는 수가 이불과 침대, 벽에서 기어 다녔다고 한다.
어떤 호텔인지 알 수 없지만 진드기가 나온 호텔은 소문이 나면 더 이상 장사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재작년 연말에 고시원이나 숙박업소에서 빈대가 나왔다고 전국적으로 난리를 쳤는데 이번에는 그만큼 큰 소동은 아닌 것 같다. 해당 호텔만 문제가 될 것 같다.
이런 뉴스를 보니 호텔 측이 한심하게 여겨졌지만 한편으로는 억울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평상시 하는 청소로는 진드기가 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놀이공원 근처 호텔이라는데 아마도 놀러 왔던 투숙객이 놀이공원 인근의 숲에서 옮겼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투숙객을 받을 때마다 몸에 진드기를 지니고 왔는지 검사를 할 수도 없고 또한 객실을 매일 정밀 점검할 수도 없다. 어쩌면 숙박업소 특유의 리스크일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많아질 때까지 알 수 없었을까. 진드기는 0.2~10mm 정도로 눈에 잘 안 뛰는 작은 동물이다.
낮에 청소할 때는 매트리스 속으로 숨어버리면 잘 보이지 않는다. 큰 바퀴벌레였다면 이렇게 많아지기 전에 청소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어 제거되었을 것이다.
또한 빨리 번식한다는 이유도 있다. 진드기는 세대주기가 짧아 한달이면 알에서 성충으로 자란다고 한다. 작은 동물은 알을 많이 낳기에 한두마리가 몇백마리로 늘어나는데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다.
진드기를 제거하려고 해충 방제를 강하게 하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닐 것이다.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해 매일 메트리스 등을 강하게 소독하면 투숙객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벌레를 죽이려고 사용한 독한 약의 성분이 사라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매트리스를 며칠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진드기가 설치게 된 배경에는 진드기의 천적이 없는 환경이 있다. 그런데 천적이 없어진 원인이 해충방제 활동에 천적이 먼저 죽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진드기의 천적은 무당벌레라는데 무당벌레는 사람들에게 눈에 잘 띄어 빨리 제거되는 아이러니가 있다.
진드기를 잡아먹으러 무당벌레가 호텔방에 들어갔다면 보통은 진드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더럽다고 무당벌레를 먼저 죽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독한 약으로 벌레를 죽이지 말고 세척을 자주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이도 쉽지 않다.
위생을 위해 과도하게 세척을 하면 물 사용량이 많아지고 세척제 또한 화학약품이므로 수질 오염을 가중 시킬 것이다.
위생만을 생각하다가 쓰레기가 과도하게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사람들이 깨끗하게 생활할수록 쓰레기는 많이 생기는 효과는 이율배반적인 현상이다.
예를 들어 위생을 위해서는 1회용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1회용 제품은 한번만 쓰고 나면 모두 쓰레기가 된다. 암튼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우리의 위생과 환경간의 문제는 간단하지 않은 것이다.
어찌되었든 인류가 해충을 완전히 제압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에는 빈대나 진드기가 나왔지만 다음에는 또 무슨 해충이 나와 떠들썩하게 할지 모르는 일이다. 진드기가 나온 호텔 뿐만이 아니라 다른 숙박업체나 아파트 같은 주거지에도 해충의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 보니 동물의 생존 전략에서 작은 동물이 유리한 것 같다. 작은 것은 다루기 어렵다.
무조건 강한 것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약하고 부드러운 것이 더 오래갈 것 같기도 하다. 우리를 괴롭혔던 코로나 19 사태에서 세균보다 작은 바이러스가 훨씬 방제하기 어려웠던 기억도 있다.
지구를 지배하는 것이 인류라지만 오히려 작은 동물에게 당할 수도 있는 것이 현실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