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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의 눈물, 방치된 쓰레기가 남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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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의 눈물, 방치된 쓰레기가 남긴 숙제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6/05/06 14:57 수정 2026.05.06 14:59
최홍배 국립한국해양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독도가 울고 있다.
영토의 상징이라던 그 섬에서 기름이 흘렀다. 폐가전이 쌓였다.

조류 배설물에 덮인 태양광 패널은 발전 기능을 잃었다. ‘청정 섬’이라는 말이 무색했다.

지난 4월, 한 지역 일간지가 그 모습을 사진으로 전했다. 충격이었다.

독도경비대 발전기용 유류 탱크에서 새어 나온 기름은 토양을 적셨다.

헬기장 아래에는 폐목재와 비닐포대가 굴러다녔다.
녹슨 철재에서 흘러나온 붉은 물이 자생식물 서식지까지 스며들었다.

뒤늦게 경상북도가 움직였다.
해양환경정화선 ‘경북0726호’를 독도로 보냈다.
폐기물을 직접 수거하기로 했다.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한 번의 청소로 끝낼 일이 아니다.
문제는 따로 있다. 인식의 문제다.
독도를 누가 관리하는가. 경상북도다.
울릉군도 그렇다. 국가유산청도 있다.
경비는 경북경찰청이 맡는다.
환경 점검은 환경부 몫이다. 모두가 관리자다.

그러나 정작 책임을 묻는 순간 모두가 한 발씩 뒤로 물러섰다.
기름 유출 보도가 나왔을 때 그랬다.
경북도는 국가유산청 판단을 기다렸다.
국가유산청은 울릉군과 경북도가 먼저 보고하라고 했다.

경찰은 “방치가 아니라 기상 탓”이라 해명했다.
책임은 떠다녔다. 쓰레기는 그동안 그대로였다.
이것은 행정의 문제이기 전에 생각의 문제다.

독도를 ‘지켜야 할 섬’으로만 여겼다.
‘돌봐야 할 자연’이라는 인식은 흐릿했다.
깃발과 구호는 넘쳤지만 빗자루와 쓰레기봉투는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영토 수호는 거창한 일이고 청소는 사소한 일이라 여긴 탓이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
부식된 탱크와 쌓인 폐기물의 사진이 외부로 퍼지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잃는가.

일본은 매년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다.
우리는 ‘실효적 지배’를 내세워 왔다.
그 실효적 지배의 증거가 녹슨 철재와 방치된 쓰레기여서야 되겠는가.
영토 주권은 깃발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땅을 책임지는 손길로 완성된다.

독도의 생태계는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
화산섬인 탓에 토양층이 얇다.
흙이 얇으면 오염 물질을 걸러낼 여유가 없다.
비가 한 번 내리면 기름은 그대로 바다로 흘러든다.

서식하는 생물 종도 한정적이다.
종이 적을수록 한 종이 무너지면 전체가 흔들린다.

그래서 작은 오염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소량의 기름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이유다.

태양광 패널도 다르지 않다.
설치할 때는 친환경이지만 수명이 다한 뒤 방치되면 또 다른 오염원이 된다.

이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첫째, ‘관리’라는 말의 무게를 새로 새겨야 한다.
부서마다 자기 영역만 챙기는 관리는 관리가 아니다.
독도 전체를 한 덩어리로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통합 협의체가 그래서 절실하다.

둘째, ‘실효적 지배’의 의미를 다시 봐야 한다.
사람이 머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흔적이 깨끗하게 관리될 때 비로소 지배는 완성된다.

셋째, 시민의 관심이 함께 가야 한다.
독도는 멀리 있는 섬이다. 가본 사람은 적다. 그래서 잊히기 쉽다.
그러나 잊히는 순간 그 섬은 더 외로워진다.
우리가 무관심하면 행정도 느슨해진다. 관심이 곧 감시다.

경북0726호의 항해는 끝이 아니다. 시작이어야 한다.
한 번 치우고 끝낼 일이라면 몇 년 뒤 또 같은 사진이 우리 앞에 놓일 것이다.
그때는 변명도 궁색해진다.
같은 부끄러움을 반복할 수는 없다.

독도의 눈물을 닦는 일은 거창한 사업이 아니다.
책임의 자리를 분명히 하는 일이다.
일정대로 배를 띄우는 일이다.
쓰레기를 제때 옮기는 일이다. 평범한 행정의 회복이다.

그 평범함을 우리가 해내지 못한다면 독도를 지킨다는 말은 공허해진다.

영토 수호는 구호가 아니라 청소부터 시작된다.
인식이 바뀌면 행정이 바뀐다.
행정이 바뀌면 섬이 바뀐다.
독도가 우리에게 남긴 숙제는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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