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대 대한민국 대통령이자 군사정권의 마지막 권력자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향년 89세로 서거한 가운데, 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에는 27일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노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됐다. 상주는 부인 김옥숙 여사와 아들 재헌씨, 딸 소영씨, 사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조문에 앞서 노태우 정권 당시 국무총리를 지낸 노재봉 전 총리와 외교부 차관 출신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빈소 내부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이명박·전두환 등 역대 대통령들의 화환이 자리했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부겸 국무총리,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故)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최태원 회장 등의 근조화환도 있었다.
또한 빈소 외부에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김형오·강창희 전 국회의장 등의 화환이 서있었다. 최태원 회장은 상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오전중 빈소를 방문했다 자리를 떠났다. 그는 취재진에 "저도 마음이 상당히 아프다"면서 "오랫동안 고생하셨는데 이제는 아무쪼록 잘 영면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상황실장이었던 박남선씨도 이날 빈소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해 노재현씨가 광주를 방문했을 당시 '아버님이 돌아가시면 찾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키러온 것이라고 한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박씨는 "전두환씨를 비롯해 사죄의 말이 없었는데, 노재현씨를 통해 여러 차례 광주학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한다는 얘기를 했다"며 "그런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조문하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두환씨는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광주학살에 대한 사죄표명하고 돌아가신 유족이나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면서 "만약 전두환씨가 죽었으면 안왔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영국에서 급하게 귀국한 노재현씨는 박씨와 악수를 나눴다. 노씨는 "많은 분들이 위로와 큰 힘을 주고 계시다"면서 "아버님이 편안히 가실 수 있도록 많이 도와달라"고 밝혔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다만 메세지는 차이가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한 것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빛과 그림자가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결코 그 빛의 크기가 그늘을 덮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고인께서 생전에 광주를 방문해 공식 사과를 하고 아픔을 치유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그러나 간접적이라도 과오에 용서를 바란다는 말을 했고, 재헌씨가 용서를 구한 모습이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날 우리가 빠르게 선진국이 될 수 있는 상당한 기반을 갖추게 하신 분"이라며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 외교에 대해서는 커다란 족적을 남기신 것 같다"고 말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은 6·29선언을 통해 민주화 길을 열었다. 여러 공과가 있지만 이 자체는 평가돼야 한다"고 말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북방외교를 개척해 대한민국의 소명을 제대로 완수하신 분"이라고 전했다.
이 외에 전해철 행정안전부장관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이재오 비상시국국민회의 상임의장,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봉욱 전 대검찰청 차장, 윤송이 NC소프트 사장 등이 이날 빈소를 찾았다. 또 일부 시민들도 빈소를 다녀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