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점차 리드 지키지 못하고 패전투수 불명예
넥센 히어로즈의 구원 투수 조상우(21)가 누구보다 혹독한 가을을 보냈다.
조상우는 1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팀이 9-5로 앞선 9회 구원 등판, 4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올 시즌 조상우는 70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3.09 8승5패 19홀드 5세이브로 넥센 불펜의 핵심선수로 자리잡았다. 시즌 막판에는 마무리 손승락 대신 팀의 뒷문을 책임졌다.
염경엽 감독은 이런 조상우를 '고참'인 손승락, 한현희 보다 중요한 상황에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작은 좋았다. 넥센은 7일 SK 와이번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앤디 밴헤켄에 이어 6회 2사에서 등판한 손승락의 구위가 떨어지자 7회 곧바로 조상우를 올렸다.
조상우는 3이닝 동안 공 49개를 던지며 1피안타 3사사구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9일 미디어데이에서 김태형 두산 감독은 "어린 선수가 너무 많이 던지는 것 같다"며 뼈 있는 농담을 했지만 넥센의 신뢰는 계속됐다.
조상우는 10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8회 3-2 리드 상황에서 다시 등판했다. 그러나 부담되는 상황에서 힘이 들어간 듯 어려운 승부를 했다. 결국 조상우는 동점을 허용했고 투구수 48개를 기록한 후에야 내려올 수 있었다.
전날 많은 공을 던졌기에 2차전에서는 팀이 패할 때 그대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조상우는 3차전에서 생애 첫 포스트시즌 세이브를 올리며 기쁨을 맛봤다. 5-2로 앞선 8회초 2사 1, 2루 위기에 등판해 1⅓이닝 동안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켰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였다. 4차전에서는 계속되는 연투와 부담감이 겹쳤고 두산의 타선을 막을 수 없었다.
경기 후 염경엽 감독은 "오늘 경기가 아쉬웠다기 보다는 불펜에 3명이 치우치면서 힘들게 시리즈를 끌고 갔다. 조상우가 맞긴 했지만 최선의 투구를 했다. 감독의 잘못이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시리즈 내내 연차에 맞지 않게 막중한 책임을 짊어진 조상우에게 미안함 감정을 드러냈다. 1차전에서도 "조상우의 잘못이 아니다. 오늘 일로 영향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상우는 성장 중인 선수이다. 혹독했던 이번 가을의 경험을 교훈 삼아 다음 시즌 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