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이재명 대통령 초청 청와대 오찬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5개월 만에 성사될 뻔했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회동이 결국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4심제’ 논란의 재판소원법을 강행 처리한 데 대한 항의 차원이다.
장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지도부와 참석 여부를 재논의한 끝에 불참을 확정했다. 박준태 당대표 비서실장은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도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앞서 장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오찬 제안과 관련해 “시기상으로나 여러 면을 봤을 때 부부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당청 관계를 직격했다.
그는 “그럼에도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께서 ‘요즘 너무 살기 힘들다, 대통령을 만나면 꼭 전해 달라’고 한 말씀이 무겁게 남아 있어 오찬에서 그런 목소리를 전하겠다는 마음으로 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 대표는 “이후 법사위에서 사법 시스템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일이 또 벌어졌고, 대통령 공소 취소를 위한 서명운동에 80명 넘는 여당 의원이 나섰다”며 “행정안전위에서는 우리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행정통합 특별법이 일방 통과됐고 오늘도 논의가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찬에 가면 반찬과 잡곡 이야기로 뉴스가 덮일 것”이라며 “사법 시스템이 무너지는 소리를 대통령 악수 사진으로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갈등의 핵심인 ‘재판소원(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도입 법안은 민주당 주도로 법사위를 통과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가는 문제”라며 “헌법과 국가 질서의 큰 축을 이루는 사안인 만큼 충분한 공론화와 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최종 종결은 아니다”라며 “대법원 의견을 모아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그간 재판소원 도입에 반대해왔다. 법원행정처는 국회 의견서에서 “확정 판결을 취소할 수 있는 재판소원은 사실상 ‘4심제’로 헌법과 정면 충돌한다”며 “권리 구제보다 ‘희망고문’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거론되는 ‘법 왜곡죄’ 신설(형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법부 장악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 경찰이 법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거나 불법 증거를 사용하는 경우 10년 이하 징역 또는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취재를 종합하면 TK(대구·경북) 정치권은 대체로 장 대표의 불참 결정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대구 지역 한 국민의힘 중진 인사는 “재판소원은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사법체계 근간을 흔드는 문제”라며 “여당이 강행 처리하는 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웃으며 오찬을 하는 건 명분이 약하다”고 말했다.
경북의 한 초선 의원도 “대법원장까지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한 사안”이라며 “사법 질서가 정치에 예속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입법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법조계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구지법 출신 한 변호사는 “재판소원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권한 구조를 다시 짜는 문제라 단순한 권리구제 확대 차원으로 볼 사안이 아니다”며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될 경우 소송 지연과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이번 오찬 불발로 여야 관계는 한층 경색될 전망이다. 재판소원법과 법 왜곡죄, 행정통합 특별법 등 쟁점 법안이 줄줄이 본회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사법체계 개편을 둘러싼 충돌은 정국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TK를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은 “사법 질서 수호”를 전면에 내세우며 공세 수위를 높일 태세여서, 4심제 논란은 향후 정국의 최대 뇌관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