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가 산업재해로 연간 3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 영업이익의 최대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여당 단독으로 의결하면서, 철강·건설 등 중후장대 산업이 밀집한 경북 산업현장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기후노동위는 12일 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해당 개정안을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처벌 수위와 방식에 이견을 보이며 표결에 불참하고 퇴장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해 1년간 3명 이상의 산재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해당 기업에 영업이익의 5% 이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공공기관 등 영업이익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30억원 미만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현행법상 벌금·징역형 중심의 처벌 체계에 ‘과징금’을 추가해 경제적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중대재해가 반복 발생한 건설사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관계 부처에 ‘등록말소’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도 신설됐다.
최근 3년간 영업정지 처분을 2차례 받은 뒤 다시 영업정지 사유가 발생하면 등록말소 요청 대상이 된다.
등록이 말소되면 신규 사업·수주·하도급 등 사실상 모든 영업활동이 중단된다. 이와 함께 ▲사업주의 작업중지 의무 강화 ▲노동자의 작업중지 요구권 확대 ▲노동부 장관의 작업중지 명령 요건 완화 ▲‘안전일터 신고 포상금 제도’ 법적 근거 마련 ▲‘안전한 일터 위원회’ 설치 근거 신설 등이 포함됐다.
재해 노동자를 위한 국선대리인 제도를 도입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도 함께 통과됐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노동안전 도입대책’을 발표하며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산재 사망 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수)을 현재 0.39명에서 2030년까지 OECD 평균인 0.29명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여야는 법안 처리 과정에서 정면 충돌했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은 “처벌을 전제로 한 대책이 실질적 예방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며 “예방 중심 대책을 병행해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당의 입법 독주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이후 국민의힘 위원들은 집단 퇴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은 “출근하며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한 노동자가 저녁에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야당의 퇴장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경북 산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항을 비롯해 철강·조선·플랜트·대형 건설 현장이 밀집한 지역 특성상, 산재 발생 시 기업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 예방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과징금과 등록말소까지 연계될 경우 중견·중소 건설사의 경영 리스크가 급격히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노동계는 “반복되는 사망사고에 대한 실질적 제재 수단이 필요했다”며 “솜방망이 처벌을 넘어 기업의 구조적 안전투자를 이끌 계기가 돼야 한다”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법안은 향후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통과 시, ‘처벌 강화’와 ‘산업현장 부담’ 사이의 논쟁은 경북 산업 현장에서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