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보수 텃밭의 공식 아래, 국민의힘 중앙당이 최근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의 공천권을 직접 행사하기로 결정하면서 판세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3~14일 이틀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포항시 만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공천을 누가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조사 결과, 김병욱 전 국회의원 21.7%, 박승호 전 포항시장 20.4%로, 두 후보가 1.3%p(포인트) 차의 초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욱 후보는 18~29세 청년층(34.7%)과 보수층(27.3%), 60대(25.8%)에서 고른 지지를 받으며 ‘젊은 보수’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박승호 후보는 70세 이상 고령층(23.3%)과 중도층(23.0%), 남성층(23.0%)에서 우위를 점하며 ‘행정 경험’과 ‘기존 인지도’의 저력을 과시했다.
그 뒤를 이어 공원식 전 경북도 정무부지사(12.9%), 이칠구 경북도의원(8.1%), 안승대 전 울산 행정부시장(7.3%) 등이 추격 중이지만, 1·2위와 3위권의 격차가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지면서 일단 ‘양강 구도’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외생 변수는 국민의힘 중앙당의 ‘대도시 공천권 직접 행사’ 방침이다.
포항시는 인구 50만 명 선이 붕괴되었으나 지방자치법상 특례를 적용받고 있어, 이번 지선에서 경북도당이 아닌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직접 심사를 받게 된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 결정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포항 정치권에서는 10여 명에 달하는 후보 난립 상황에서 엄격한 컷오프(공천 배제)를 통해 함량 미달 후보를 정리하고, 지역 경제 위기를 극복할 ‘능력 위주’의 검증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중앙당의 직접 개입이 자칫 지역 현안을 무시한 채 ‘중앙당 줄 세우기’나 ‘친한-친윤 계파 대리전’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지역 정가 관계자 A씨는 “도당 공천 방식은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입김이 강해 사실상 내정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기 마련이었다”며 “중앙당이 나서면 오히려 계파색이 옅은 신인들에게는 공정한 기회의 장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줄 세우기’에 대한 우려도 깊다. 한 출마 예정자 캠프 관계자는 “포항의 특수성을 모르는 중앙당 인사들이 단지 ‘친소 관계’나 ‘계파적 이해관계’로 컷오프를 결정한다면 지역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며 “지역 밀착형 행정가보다 중앙 정치권에 선이 닿는 인물이 유리해지는 구조가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설 연휴 기간 죽도시장과 오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공천 방식’보다는 ‘인물의 능력’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다.
죽도시장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이 모(62) 씨는 “중앙당이 하든 도당이 하든, 맨날 싸움만 하는 정치인 말고 포항 경제 살릴 사람을 뽑아줘야 한다”며 “이강덕 시장이 다져놓은 이차전지나 수소 산업을 중단 없이 이끌어갈 뱃심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젊은 층 사이에서는 ‘새 인물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영일대해수욕장에서 만난 직장인 최 모(34) 씨는 “매번 나오던 얼굴들이 또 나오는 것에 피로감을 느낀다”며 “중앙당 공천이든 뭐든 이번 기회에 포항의 낡은 정치 문법을 바꿀 수 있는 젊고 유능한 인사가 경선에서 살아남길 바란다”고 전했다.
결국, 향후 전개될 ‘컷오프 기준’이 포항시장 선거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다만,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도덕성이나 당 기여도뿐만 아니라 ‘세대교체’나 ‘개혁성’을 앞세워 현역급 후보들을 대거 탈락시킬 경우, 무소속 출마 강행 등 선거판 전체가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하튼 설 연휴를 기점으로 형성된 ‘김병욱-박승호’ 양강 구도가 중앙당의 공천 칼날 위에서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50만 포항 시민의 눈과 귀가 중앙당 공관위의 입으로 쏠리고 있다.
리얼미터 조사는 뉴스투데이대구경북취재본부 의뢰로 진행했고, 표본은 무선 가상번호(80%)와 유선 RDD(20%)를 병행해 구성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응답률은 5.7%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