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직후, 국민의힘 지도부가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원내대표는 의총장에서 사의를 표명했고, 4선 이상 중진들은 당 대표 면담을 요구하며 집단 행동에 나섰다.
6·3 지방선거를 100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투톱 리더십’이 동시에 흔들리는 초유의 상황이다.
25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송언석(경북·김천) 원내대표는 전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사의를 밝혔다.
발단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안이 처리되지 못한 데 따른 책임 공방이었다.
의총에서 통합 찬성 입장인 대구 6선의 주호영(수성구) 의원이 “지도부에서 누가 반대했는지 밝히라”고 압박하자, 송 원내대표는 “지역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넣어달라고 했을 뿐 반대한 건 아니다”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재선의 권영진(달서구) 의원까지 “그 말이 반대한 것 아니냐”고 가세하자, 송 원내대표는 “동의할 수 없다”며 사의를 표명하고 회의장을 떠났다.
다만 송 원내대표 측은 “진지한 사의 표명은 아니며 정상적으로 당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송 원내대표 역시 SNS를 통해 “책임 있는 논의에 끝까지 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TK통합 보류 책임론’이 원내 사령탑의 거취 문제로까지 번졌다는 점에서 파장은 적지 않다.
원내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사이, 당 대표인 장동혁 대표는 중진들의 집단 압박에 직면했다.
수감 중인 권성동 의원을 제외한 4선 이상 18명 중 14명이 모여 1시간 30분가량 격론을 벌인 끝에 장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하기로 했다.
복수 참석자에 따르면, 상당수 중진들은 “현 지지율로는 지방선거 승리가 어렵다”며 전략 수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강성 지지층 결집’ 중심 노선에 대한 우려가 컸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3일 발표한 정당지지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은 48.6%, 국민의힘은 32.6%로 격차가 1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영남권에서도 하락세가 감지되면서 위기감은 더욱 증폭됐다.
장 대표는 같은 날 방송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요구에 대해 “당원들의 마음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110만 당원만 보고 4천만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갈등은 원외로도 번졌다.
친당권계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장 대표 사퇴를 요구한 전·현직 당협위원장 24명을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당헌·당규상 ‘계파 불용’ 원칙 위반이라는 이유다.
당 안팎에서는 “내홍이 수습되기는커녕 장외전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한숨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자중지란에 백약이 무효”라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 지역 의원들은 긴급회의를 열고 별도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선 국가 균형발전 전략”이라며 법사위 재논의와 본회의 상정을 촉구했다.
또 “광주·전남 법안은 처리하고 대구·경북 법안은 보류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지도부 반대설은 사실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또 대구시의회가 통합을 반대한 적은 없고, 의석 비대칭 보완이라는 제도적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TK 의원들은 “정치적 셈법으로 500만 시도민의 미래를 묶어선 안 된다”며 지도부의 적극 대응을 요구했다.
대구·경북 통합특별법 보류는 단순한 입법 지연을 넘어 국민의힘 지도체제의 시험대로 비화했다.
▲원내대표 사의 파동 ▲중진 집단 면담 요구 ▲지지율 하락 ▲원외 윤리위 제소전 ▲TK 의원 공개 압박까지, 모든 갈등의 축이 지도부로 수렴하는 형국이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 이슈를 정면 돌파하지 못하면 TK 민심 이반과 수도권 확장성 저하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대로 무리한 속도전 역시 역풍 가능성을 안고 있다.
결국, 대구·경북 통합특별법의 미래는 단순한 지역 현안을 넘어, 장동혁 지도부의 리더십과 국민의힘의 노선 선택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