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3박 4일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이 4일 마무리됐다.
이번 순방은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 속에서 ‘경제영토 다변화’와 ‘첨단산업 중심 협력 강화’라는 두 축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특히 제조·에너지·인프라·핵심광물 분야에서 다수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실질 협력의 토대를 넓혔다.
이 대통령은 필리핀 마닐라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 축사를 통해 16∼19세기 무역 선단 ‘마닐라 갈레온’을 언급하며 필리핀의 전략적 위상을 부각했다.
그는 “필리핀은 아시아·아메리카·유럽을 연결하던 글로벌 무역의 대동맥이었다”며 “한국 기업이 수빅 조선소에서 건조한 선박이 필리핀 제품을 전 세계로 실어 나르며 ‘제2의 마닐라 갈레온 무역’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필리핀에 풍부한 니켈·코발트 등 핵심광물을 거론하며 ▲조선 ▲전기·전자 ▲에너지 전환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를 제안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전략 자원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통상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불확실성 속에서도 냉철한 분석과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과감히 투자해달라”고 기업인들에게 당부했다.
이번 포럼을 계기로 공공·민간 부문에서 총 7건의 MOU가 체결됐다.
대표적으로 한국수력원자력과 수출입은행은 필리핀 전력회사 메랄코와 ‘신규 원전 협력 MOU’를 맺고 사업·재무 모델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 기술교육개발청(TESDA)과 조선산업 기술 발전 협력에 합의, 현지 숙련 인력 양성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한국광해광업공단은 필리핀 광산지구과학청과 핵심광물 협력 MOU를 체결했다.
민간 분야에서는 삼양식품(식품 수출·유통), 세라젬(웰니스 솔루션), 제테마(의료용 필러·보톡스 유통),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교육용 제품·프로그램 운영) 등이 참여해 소비재·헬스케어·교육 산업까지 협력 범위를 넓혔다.
재계에서는 신동빈 롯데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SK·삼성·LG 등 주요 그룹 경영진 150여 명이 참석해 동남아 시장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싱가포르 방문에서는 정상회담을 통해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 개시에 합의했다. 인공지능(AI), 원전, 조선, 방산, 에너지 등 정부가 주력하는 첨단 기술·전략 산업 분야 협력 확대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번 순방은 아세안 핵심국과의 경제 협력 틀을 재정비하며 한국 기업의 시장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통령실은 “공급망 안정과 전략산업 진출 교두보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진전시켰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순방을 마친 뒤 이날 오후 귀국,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불안정해진 중동 정세를 점검할 예정이다.
전날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스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중동 상황을 논의하며 “역내 안정과 평화의 조속한 회복”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에너지·물류·금융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관계 부처가 상시 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순방은 ▲경제영토 다변화 ▲핵심광물 확보 기반 구축 ▲원전·조선 등 주력 산업 해외 진출 확대 ▲FTA 고도화 착수라는 네 가지 성과를 남겼다는 분석이다.
다만 체결된 MOU가 실제 투자·수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협상과 제도 정비가 관건으로 꼽힌다.
대구·경북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조선·원전·2차전지 핵심소재 등 지역 산업과 직결된 분야가 포함돼 있다”며 “구체적 사업화 단계로 빠르게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남아 순방을 마친 이 대통령이 대외 리스크 관리와 함께 실질 성과 창출이라는 두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