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당의 ‘윤석열 전 대통령 정치 복귀 반대’ 결의문을 두고 “핵심은 윤어게인 노선과 절연하는 것”이라며 보다 분명한 입장을 요구했다.
특히 대구·부산 방문 이후 TK(대구·경북) 민심이 “증오를 넘어 조롱 수준”이라고 언급하면서 지역 정치권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전 대표는 10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전날 채택한 결의문에 대해 “당연히 갔어야 할 방향인데 너무 늦었다”고 평가하면서도 “무엇을 반대하겠다는 것인지 오해받기 좋게 적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국민의힘 국회의원 일동’ 명의 결의문을 통해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대국민 사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 주장 반대 ▲당내 갈등 증폭 행동 중단 ▲헌법 가치 존중 세력과 연대 등 네 가지 입장을 밝혔다.
이 결의문에는 절윤 노선에 소극적이던 장동혁 대표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당분간 수감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데 어떻게 정치적으로 복귀하겠느냐”며 “이미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의 ‘윤어게인’ 세력조차 윤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복귀시키자고 주장하지 않는다”며 “정치적 복귀 반대라는 표현은 윤어게인 노선과 절연한다는 본질을 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극복해야 할 윤어게인 노선은 계엄 옹호·탄핵 반대·부정선거 음모론”이라며 “선명하게 이 부분에 반대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정도 얘기는 작년 12월 3일 송언석 원내대표가 계엄에 대해 사과하며 이미 했던 얘기”라며 “문제는 얼마나 진정성이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한 전 대표는 당내 권력 구조 문제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당권파가 숙청정치, 제명정치를 정상화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이번 결의문을 ‘면피용’이라고 볼 것”이라며 “숙청정치를 중단하고 책임자를 교체해 당을 정상화하는지 국민이 보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어게인 노선을 끊겠다고 하면서 비정상적 숙청정치를 계속한다면 국민은 속았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대구와 부산을 연이어 방문한 한 전 대표는 지역 민심 변화도 강조했다.
그는 “서울·대구·부산에서 느낀 민심은 정치인들보다 시민들이 훨씬 절박했다”며 “국민의힘에 대한 민심이 정말 싸늘하고, 증오 수준을 넘어 조롱의 대상이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남 보수 중심 세력도 지금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또 앞서 부산 방문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하지 않았다면 주가 지수 6000을 찍었을 것”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려는 말이 아니었다”며 “말도 안 되는 계엄 때문에 보수 정권이 반도체 사이클에 따른 주가 상승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은 보수 재건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개인의 정치적 행보는 부수적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한 전 대표의 발언을 두고 TK 정치권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구의 한 국민의힘 중진 인사는 “윤 전 대통령 문제를 정리하지 않으면 지방선거는 물론 보수 재건도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당 안팎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 전 대표 발언이 다소 거칠지만 핵심을 짚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북 지역 한 인사는 “이미 당이 공식 결의문을 통해 입장을 정리했는데 또다시 내부를 공격하는 모습은 당내 갈등만 키울 수 있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움이 되는 메시지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TK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보수 지지층 내부에서도 윤석열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이 깊다”며 “한동훈 메시지가 보수 재편 논쟁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한 전 대표가 TK를 포함한 영남 지역을 잇따라 방문하며 보수 재편 메시지를 내고 있는 만큼, 이번 발언이 6·3 지방선거를 앞둔 보수 진영 내부 논쟁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