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가 6·3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선거 기사 댓글을 전면 제한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지역 정치권과 유권자 사회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네이버는 19일 지방선거 기간 동안 정치·선거 섹션 기사 하단 댓글을 제공하지 않고, 인공지능 기반 악성 댓글 탐지 시스템 ‘클린봇’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운영 정책을 발표했다.
해당 조치는 이날 오후 5시부터 선거일인 6월 3일까지 적용된다.
이번 조치는 선거 기간마다 반복돼온 ‘댓글 여론 조작’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정치권에서는 포털 댓글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여론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선거 국면에서는 사실상 ‘보이지 않는 선거 운동장’으로 작동해 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지역 선거의 경우 조직적 댓글 활동이 민심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대구·경북(TK) 지역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역 선거는 표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아 온라인 여론이 체감 이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댓글 폐쇄는 논란을 줄이는 대신, 또 다른 방식의 정보전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권자 입장에서는 공개적인 의견 표출 창구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적지 않다.
그동안 포털 댓글은 정치 기사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사실상 ‘일방향 뉴스 소비’ 환경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댓글은 막히지만 기사당 최대 3개의 댓글 작성 기능은 유지되고, 전체 댓글 모음은 ‘최신순’으로만 제공되는 점도 논란이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악성 댓글을 막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정상적인 비판과 토론까지 위축될 수 있다”며 “플랫폼이 여론의 흐름 자체를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는 단순 댓글 제한을 넘어 기술적 통제도 강화한다.
2019년 도입된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 ‘클린봇’은 욕설·혐오·차별 표현 등을 자동 탐지·차단하는 기능을 갖고 있으며, 이번 선거 기간에는 해당 필터링 수준이 한층 강화된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자동 댓글 폐쇄 시스템’이다. 클린봇이 차단한 악성 댓글 비중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해당 기사 댓글창 자체를 자동으로 닫는 방식으로, 오는 4월 중 도입될 예정이다.
네이버는 이 시스템을 정치 기사뿐 아니라 전체 뉴스 영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조치가 실제 선거 판세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댓글 여론전이 약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조직력, 지역 인지도, 전통적인 선거운동 방식의 중요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포항 지역 한 정치평론가는 “온라인 댓글 공간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조용한 선거’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신 SNS나 유튜브 등 다른 채널을 통한 여론전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이버 측은 “건전한 소통 환경 조성과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서비스 제공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둘러싼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플랫폼이 선거 기간 중 여론 형성 공간을 제한하는 것이 과연 ‘중립성 확보’인지, 아니면 ‘책임 회피’인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