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은어(隱語)로만 사용되던 '찌라시' 라는 단어는 지난 2014년 말 청와대 '비선 실세' 의혹 및 문건 유출 사건에서 여러 차례 등장하며 대중적인 단어로 부상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마저 "찌라시에 나오는 얘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공식 석상에서 직접 이 단어를 입에 올리기도 했다.
최근엔 유통업계가 찌라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게 SNS를 통해 유포되는 '받은 글'로 시작되는 찌라시는 기업뿐 아니라 언론사, 기자, 홍보대행사에까지 미치는 폐해가 심각해져 이제는 염증까지 느끼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개중에는 사실 관계 확인을 고려할 필요성을 느끼는 등 어느 정도 정보로서의 가치가 있는 내용이 있다는 점이 찌라시가 근절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최근의 찌라시는 유통그룹 A사의 '의료기기 사업 진입 소문'이다. 국내 대기업들의 의료기기 분야 진입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유통그룹 A사가 한 계열사의 사업목적에 '의료기기판매업'을 추가해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란 내용이었다. 실제로 해당 기업에 문의한 결과 이같은 내용은 일정 부분 사실인 것으로 판명됐다. 다만 의료 관련 전문 매체 등 몇몇 곳에서 과거 한차례 언급했던 내용이었고, 아직 사업 구상조차 진행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단순 정보 이상의 가치는 부족했다.
이처럼 찌라시가 일부 사실에 근거해 추정한 내용도 있는 반면 거의 대부분이 근거와 실체가 박약한 루머에 불과하다는 점이 문제다.
일례로 B유통그룹 총수의 외아들이 계열사 C사에 들어가 인턴PD를 하게 되었는데, 세트장을 보면서 '저런 건 얼마면 지을 수 있습니까'라고 FD한테 물었다가 '넌 살면서 구경도 못할 돈이야'라는 말을 들으며 뒷통수를 맞았고, 이 일로 FD가 잘렸다는 내용의 찌라시가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B그룹 관계자는 "오너의 아들은 현재 다른 계열사에서 인턴이 아니라 대리로 근무하고 있다"면서 "계열사 C사에서는 근무한 적이 없다. 전혀 사실무근이고 허황된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D그룹 홍보팀 관계자가 직접 업계 관련자 평판에 대한 찌라시를 작성 유포하다가 출처가 판명돼 물의를 빚은 경우도 있고, 경쟁 기업 관련 안좋은 내용을 친분이 있는 기자에게 메신저로 전한 것이 들통나 곤혹을 치른 적도 있다.
지난 2014년엔 모 경제매체 여기자가 E사 홍보팀 여직원의 뒷통수를 두대 때리고 욕설을 퍼부었다는 찌라시가 기자들 사이에서 돌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여기자의 출신학교와 사진까지 돌았고 폭행 이유까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었다. 찌라시가 유포되면서 사건이 커져 다른 매체에서 기사화됐고 이는 또 언론중재위원회에까지 회부되기도 했다. 또 같은 해엔 경쟁사 술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악성 루머를 유포한 주류업체 직원이 적발돼 법정에 선 경우도 있었다.